자장자장 1
불면의이쑤신
서태웅은 윤대협을 전국에서 가장 만만한 일 대 일 자판기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전국체전에서 카나가와 대표팀으로 함께 뛴 이후에는 더욱 뻔뻔해졌다. 아무래도 나보다 나은 상대를 찾지 못했나 보지? 놀리려고 찔렀는데 당연하다는 얼굴로 끄덕여서 결국 민망해진 건 윤대협뿐이었다.
너네 학교 선배들은 뭐 하냐고 했더니 팀 훈련은 팀 훈련, 개인 훈련은 개인 훈련이란다. 그리고 정대만 선배는 잠깐 뛰면 지쳐서 체력 증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자못 냉정하게 악담을 했다. 윤대협은 속으로 얘가 우리 학교 후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초반부터 열세였다. 몇 판 붙었는데 서태웅이 죄다 이겼다. 손끝이 무뎌서 드리블을 쉽게 인터셉트 당했고, 재빠르고 공격적인 서태웅의 진로를 막기에는 팔이 너무 느리게 올라갔다. 기회를 잡아서 슛을 날려도 잘 해봤자 림을 맞췄다.
백보드를 힘없이 건드리고 튕겨 나온 농구공을 가볍게 리바운드한 서태웅이 윤대협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다가 방심한 사이에 바닥에 한 번 세게 메다꽂아 바운드 패스를 넘겼다. 윤대협은 저도 모르게 억 소리를 냈다. 멍 때리다 기습 당했다. 묵직한 공을 양손으로 받았는데도 복근에 때리는 듯한 충격이 왔다. 서태웅이 티셔츠 목부분을 당겨서 콧등을 닦으며 윤대협을 빤히 쳐다봤다.
"너 눈 밑이 시커먼데."
"엑. 그래?"
"힘도 없네. 정대만인가..."
"너네 선배들 진짜 불쌍하다..."
윤대협은 자기도 모르게 오른쪽 눈 아래를 손끝으로 매만졌다. 그러다 왠지 눈가가 뻑적지근해 아예 주먹 쥐고 문질렀다.
죄 없는 북산 3학년에게 불명예를 뒤집어 씌우는 비유를 당할 정도로 기운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축 늘어진 팔다리를 툭툭 털어 봐도 모래주머니를 단 것처럼 무겁게만 느껴졌다.
윤대협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수면 부족이었다.
원래도 머리 대면 바로 자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윤대협은 기본적으로 생각이 많은 편이다. 깨어 있을 때는 머리 회전이 빨라서 나쁠 게 없는데 자려고 누우면 엔진 끄는 법을 몰라서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빠르게 돌던 바퀴가 관성대로 계속 돌아간다. 그건 신체적인 피곤함과 별개의 작용이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진다고 머릿속이 곧바로 암전 되는 건 아니었다. 갑자기, 근데 그건 어떻게 됐더라? 따위의 답 없는 질문이 하나 툭 떠오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져서 눈 감은 채로 암흑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며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다.
농구를 실컷 한 날은 조금 나을까 싶었지만 반대였다.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아서 그날의 연습이나 경기가 자동으로 복기됐다. 거기서는 그렇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그러면 상대팀은 어떻게 나오고 그때에는 또 어쩌는 게 좋을지, 수 싸움을 붙여 가며 알아서 가상의 평행 경기를 펼치는 대뇌피질에 마취제를 쏘고 싶었다.
능남은 인터하이 본선에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7월부터 윈터컵 예선을 준비했다. 여름방학도 반납한 채 너무 더운 날만 아니면 아침부터 체육관에 모였다. 윤대협은 그 시기에 자주 늦잠을 잤다. 몸은 피곤한데 늦게 잠들고 얕게 자니까.
그렇지만 현재의 불면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전국체전이 끝나고, 문화제가 끝나고, 가을이 겨울로 넘어가려는 순간. 능남 농구부는 한 달 전만큼 빡세지 않았다. 윈터컵 예선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북산도 마찬가지였다. 인터하이 때 광풍을 불러일으킨 멤버에서 두 명이 빠진 공백이 컸다. 결국 스타팅과 벤치의 실력이 고른 팀이 현 대표로 윈터컵에 나갔다.
윤대협은 오랜만에 여가 시간을 평범한 학생처럼 보냈다. 문화제에 참여했고 시험공부도 하고 낚시도 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안겨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땐 하품이 잘만 나왔다. 그 자리에 드러누우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제 입질이 올지 몰라 애매하게 졸기만 했다.
밤에는 정 반대였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막연한 어둠 속에 홀로 남았다. 생각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복기할 만한 특별한 하루도 아니었는데.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부활이 조금 한가해졌기로 소니 루틴이 깨지며 뉴런이 고장 났는지 윤대협의 뇌라는 놈은 문득 뜬금없는 문장을 툭 내뱉기나 했다. 나는 어떤 생각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걸까...
윤대협이라고 자려는 노력을 안 해 본 건 아니다. 양을 세는 건 진작부터 소용이 없었다. 양... 산양... 상양... 그러고 보니 윈터컵 예선 때 상양전에서... 같은 식의 악순환이 될 뿐이었다. 중간에 재미없는 책이라도 읽으면 잠이 올까 싶어서 아무거나 붙잡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더욱 망한 적도 있다. 형광등을 켜면 아무리 새벽이라도 완전히 각성해 버린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공원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윤대협은 전날 밤을 꼬박 새웠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누워서 숨소리만 세고 있는데 해가 떴다.
짹짹 새소리가 들려올 때 윤대협은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슬슬 심각하게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닌가. 백색 소음, 그런 테이프라도 사 볼까. 아니면 바다가 크게 나온 포스터를 사서 벽에 걸어 놓고 졸릴 때까지 쳐다볼까. 병원에 가 볼까.
웃기게도 충격 속에 멍 때리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해가 뜨고 난 뒤에야.
눈을 떠 보니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아직도 몸이 개운치 않았다. 그럼에도 윤대협은 화들짝 놀라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 일어났다. 토요일 오전 여덟시 반. 평범하게 게을러도 될 것 같은 시간대지만 윤대협은 그런 사치를 누리지 못했다. 매주 맡겨 놓은 일 대 일 찾으러 오는 옆 학교 1학년 때문이었다.
윤대협은 우당탕탕 자취방 문을 열어제꼈고 복도에 웅크려서 졸고 있는 그 1학년을 깨웠다. 몇 번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일단 다리가 아파 주저앉았더니 잠이 왔다고 한다. 진심으로 부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후다닥 준비해서 공원으로 나왔다. 거의 관성에 필적하는 물리법칙처럼, 농구 귀신이랑 일 대 일을 하러.
그 결과 농구 귀신에게 정대만이냐며 컨디션을 비난받기에 이르렀다.
윤대협은 잠깐 고민했다. 실은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잠이 안 온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이상하게 드러내기가 마땅치 않았다. 무슨 고민 있냐거나 왜 못 자냐는 반응이 돌아오면 무성하게 짜증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게 자연스러운 예상 답변인데도. 윤대협은 뒷머리를 긁적이다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잠을 못 잤어."
"그래? 그럼 지금 좀 자."
"응? 여기서?"
"Why not?"
서태웅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꾸하고 저벅저벅 걸어갔다. 구석에 내팽개쳐 둔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더니 얼굴과 목 주변을 슥슥 닦는다. 농구공을 한 번 닦아 가방 속에 넣어 놓고, 잠바를 꺼내 걸치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는 농구 골대 뒤쪽 철조망을 향해 걸어간다. 단풍도 다 지난 나무 그늘과 백보드 그림자가 겹쳐진 공간에 털썩 주저앉는다. 자기 옆자리를 툭툭 친다.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뭐지. 서태웅은 역시 언제나 예상 답변을 훌쩍 넘어서는 녀석이었다. 솔직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비틀거리는 일 대 일 자판기는 필요 없으니까 집에 가라고 할 줄 알았다. 최소한 너는 자라, 나는 농구한다, 라면 납득이 가능한 반응인데 의외로 깔끔한 중단. 심지어 옆에 오라고. 지금 딴에는 친절을 베풀고 있는 건가. 왠지 슬쩍 장난을 걸고 싶어진다.
"컴온이라고 안 하네."
"죽는다."
이번엔 예상한 답변이 나왔다. 만족스러운 너털웃음과 함께 윤대협은 진짜 서태웅 옆에 가서 앉았다. 서태웅을 따라서 철조망에 등을 기대어 본다.
조금도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다. 문득 다 큰 남자애들 둘이 나란히 별 용건도 없이 공원에 앉아 있는 풍경이 얼만큼 보편적인지 생각한다. 서태웅은 멍하니 농구 골대의 뒷면을 바라보고 있다. 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 때문에 잠이 안 온 적이 있을까? 내가 바로 옆에 있어도...
이어지는 생각을 끊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서태웅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진짜 잘 자더라. 오늘 아침도. 그런 데서 잠이 와?"
"어."
"안 추웠어?"
"잠바 입었으니까..."
"나도 잠 잘 자는 법 좀 알려줘."
"잠 잘 자는 법..."
서태웅이 윤대협이 한 말을 느리게 복창했다. 말 끝을 잡아 늘이는 느긋한 말투. 아, 지금은 생각이라는 걸 하고 있다.
기다란 속눈썹을 두어 번 깜빡거린 서태웅이 갑자기 윤대협의 어깨를 잡는다.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상체를 기우뚱 쓰러뜨린다.
윤대협의 뒤통수가 최종적으로 착지한 곳은 서태웅의 허벅지였다. 기역 자로 어설프게 꺾어진 허리가 불편했다. 태웅아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지. 몸을 일으키려는 윤대협의 어깨를 서태웅이 꾸욱 눌렀다. 용서가 없었다.
"폭력으로 잠드는 건 싫은데..."
"뭔 소리야. 다리를 펴야지."
"지금 무릎베개 해 주는 거야?"
"잠 잘 자는 법 알려 달라며. 누워서 눈 감으면 돼."
"음... 내가 그 방법을 몰라서 물어본 건... 아아! 알았어! 누울게!"
서태웅은 입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었다. 한 손으로 어깨가 아닌 목을 제압한 다음 다른 손으로 윤대협의 무릎께를 잡아채서 억지로 다리를 펼치려 했다. 갑자기 기도가 막힌 채로 주리를 틀릴 뻔한 윤대협은 순순히 항복 의사를 표한 뒤 본격적으로 서태웅의 무릎에 자리를 잡았다.
대퇴사두근이 잘 발달한 딱딱한 허벅지의 융기를 뒷목에 맞추고, 긴 다리를 쭉 뻗어 일자로 눕는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서태웅의 콧구멍이 보였다. 이 각도에서 봐도 못생긴 얼굴이 아니라니. 이기적인 미모가 눈썹을 찌푸린다.
"눈을 감으라고."
"나 무릎베개 처음 해 봐. 태웅아."
"헛소리 하지 말고 눈을 감으라고."
"누구한테 무릎베개 해 준 적 있어?"
서태웅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손으로 윤대협의 눈을 꾹 누르듯이 가려버렸다.
강제로 눈이 감겼다. 암흑이다. 익숙한 불면의 세팅.
그런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다. 군데군데 굳은살이 느껴지는 길쭉한 손. 처음에만 압박을 가했을 뿐 금방 힘을 풀고 가만히 얹어만 두었다. 농구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방 차가워져 있었다. 적당히 기분 좋은 온도였다. 눈 찜질을 하는 것처럼 긴장이 풀렸다.
윤대협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뱉었다. 서태웅의 손에 움찔 긴장이 달렸다. 윤대협은 퍼뜩 그 손목을 붙잡았다. 혹시라도 도망갈까 봐.
"왜? 놀랐어? 난 지금 기분 좋은데."
"싫은 줄 알고."
"아니야. 계속 그렇게 있어 줘."
윤대협은 잠깐 사이를 두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고마워.
서태웅은 한참 후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확신할 순 없지만 신체의 일부가 닿아 있으니 왠지 느껴졌다. 바보야. 고개를 끄덕이면 내가 어떻게 알아. 소리 내서 대답해야지. 윤대협은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두 손을 배꼽 근처에 얌전히 모았다. 서태웅이 손끝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손 너머에 있는 서태웅의 표정이 궁금했다.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이게 잠 잘 자는 방법이야?"
"어. 누워서. 눈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마."
"나는 그게 잘 안돼..."
날숨처럼 자연스럽게 뱉어 놓고 조금 놀랐다. 윤대협은 자기가 어디 가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가 잘 안된다고 인정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다. 그전에 잘 되는 방법을 먼저 생각했다. 천성이 전략적이었고 다행히 꽤 탁월했다. 전략이 서면 실행은 쉬웠고 그런 식으로 살다 보면 세상에 잘 안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해 볼 수 있는 걸 다 해 봤는데도 안 된다면, 잘 안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생각을 멈추는 것. 그건 윤대협에게 잘 안되는 일이 맞았다. 윤대협은 지금 이 순간까지 그걸 스스로 인정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한 가지만 생각해.
서태웅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게 어려우면, 한 가지만 생각해. 태웅이가 경험한 적 없는 조언을 줄 것 같진 않은데. 아마 농구 생각만 하겠지. 그래서 그렇게 잠을 잘 자는구나. 윤대협은 또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꼈다.
침묵 속에서 서태웅의 목소리를 반추한다. 한 가지만 생각해. 그럴려면 뭔가를 골라야 할 것 같았다. 평소 어둠이 찾아오면 머릿속에 꼬리를 물며 쌓여 가는 여러 가지 생각의 타래 중에서.
하지만 실제로는 고르기도 전에 한 가지만 남았다. 한 가지만 생각해. 그 목소리가 나오는 입술의 색깔과 움직임과 그림자를 상상한다. 내 눈을 덮은 너의 손등에 햇살과 그늘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상상한다. 너는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너는 잘 때 농구 말고도 다른 생각을 할까. 너는 나를...
윤대협은 계단을 헛디딘 것처럼 경련하며 잠에서 깼다.
꿈도 없는 깔끔한 숙면이었다. 몇 시인지 조금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30분만 죽은 듯이 잤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고 6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그럴듯했다. 근 3개월 만에 가장 깊은 잠이었다. 윤대협은 얼떨떨하게 개운함을 즐겼다.
눈을 덮어주던 서태웅의 손에 느슨하게 힘이 풀려 있었다. 엄지손가락이 윤대협의 눈가를 건드리는 위치까지 내려와 있었고 새끼손가락은 입술에 걸쳐져 있었다.
윤대협이 눈을 깜빡이자 속눈썹이 서태웅의 엄지를 스쳤다. 손가락 사이로 서태웅의 얼굴이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아까보다 정면 얼굴이었다. 서태웅은 아기처럼 푹 자고 있었다. 중력 때문에 앞머리가 수직 낙하해 이마를 하나도 가리지 않았다. 가을 오후의 맑은 그늘 속에서 결 좋은 하얀 피부가 잘 보였다. 그린 것 같은 속눈썹이 정말 가까웠다. 조금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땀 냄새가 나야 하는 손가락에서 이상하게 달콤한 냄새가 났다. 윤대협은 충동적으로 입을 벌렸다.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던 서태웅의 새끼손가락이 입안으로 떨어질 걸 알면서. 혀끝에 닿는 손끝이 짭짤했다. 이대로 확 삼켜버리고 싶다...
윤대협은 생각을 끊기 위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기세에 놀라 서태웅도 눈을 떴다. 윤대협은 서태웅에게 등을 보인 채로 얼굴을 손에 묻고 있었다. 서태웅은 팔을 길게 뻗어 기지개를 켰다. 입을 조금도 벌리지 않고 얼굴을 잔뜩 구기는 아기 같은 하품이었다.
"잘 자더라."
"어... 덕분에..."
"입 다물더니 한 3초 만에 자던데. 말이 많아서 잠이 안 오나 본데."
툭툭 시비를 걸던 서태웅의 배에서 공룡이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윤대협은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 왠지 조금 분한 듯이 입을 꾹 다물고 배를 부여잡은 서태웅이 귀여웠다.
윤대협은 꿀잠의 대가로 점심을 사기로 했다. 서태웅은 잠도 잤으니 오후에 다시 일 대 일을 붙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대협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밤에도 이 효과 좋은 수면 요정을 데리고 잘 수 있을지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