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불면의이쑤신
조이: 그게 정말 사고였을까요?
#한 남자가 배 위에서 바닷속으로 다이빙한다.
피닉스: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요.
#갑판에 던져진 박살 난 무인 잠수정.
마일즈: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았어요.
#어두운 연구실에서 희미하게 빛을 내는 거대한 수조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남자의 그림자.
엘린다: 모두 그것이 아름답다고 해요. 닥터 센도의 실종이 아니라면 저도 그렇게 생각했겠죠.
#수조로 다가서는 남자.
엘린다: 하지만 전 그 생물이... 무서워요.
#물속에서 뒤집어진 얼굴이 번쩍, 눈을 뜬다. 암전.
[자막: 사라진 과학자.]
[자막: 미지의 생물.]
[자막: 신화인가, 전설인가, 끔찍한 비극인가.]
조이(해양생물학자): 저는 닥터 아키라 센도와 같은 대학을 나왔어요. 벌써 20년 가까이 됐네요. 우리 둘 다 바다에 미쳐있었죠. 하지만 누구도 센도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카메라에 장난스럽게 눈썹을 들썩이는 센도의 얼굴. 웻수트를 입고 갑판을 돌아다니며 연구진에게 진지하게 지시하는 화면. 갑판에 기대앉아 바짝 세운 머리를 엉망으로 헝클어버리는 바닷바람 속에 멍때리는 센도의 옆얼굴.
조이: 센도는 바다를 사랑했어요. 바다에 사는 모든 생명을 사랑했죠. 직접 들어가서 표본을 채집하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깊게, 넓게, 열정적으로, 쉬지 않고 연구했습니다. 해양포유류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었어요. 모두가 센도에게 한 번쯤은 자문을 구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발이 넓어져 서로 시너지가 날 만한 연구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네트워크 허브 역할이기도 했고요. 전 세계의 해양생물학자라면 닥터 아키라 센도에게 한 번쯤은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아주 좋은 의미로요.
#다이빙하는 시퀀스의 연속. 각자 다른 바다에서, 다른 카메라로, 다른 화질로 찍은 센도의 입수 장면. 바다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이는 모습. 센도가 수중카메라로 찍은 벨루가, 혹등고래, 범고래, 듀공의 영상.
조이: 전 그런 점을 아주 존경했어요. 혼자서 훌륭한 연구를 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학계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거요. 해양생물학에 노벨상이 있다면 센도가 받아야 한다는 농담을 자주 하곤 했죠. "네가 해내지 못한 발견을 누가 할 수 있겠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고, 모든 일은 센도가 하는 거지." 그는 그때마다 질색 팔색을 하면서 손을 내저었어요. 그런 남자였거든요.
설마 인어를 발견할 줄은 몰랐지만요.
엘린다(해양생물학자): 저희는 특정한 벨루가 무리를 찾는 중이었어요. 추적기를 교체할 시기였거든요. 센도와 저와 조이가 있었고, 선장 마일즈와 조타수가 그 배에 타고 있었어요. 총 다섯 명이네요.
그렇게 다섯 명이 인어를 직접 목격한 지구상의 유일한 인간입니다.
#갑판에 올라선 센도의 신호에 따라 천천히 끌어올려지는 그물. 양팔과 꼬리로 중심을 잡고, 들것에 실린 사람처럼 여유로운 자세로 앉아 있는...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 사람들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 조이의 목소리. what the fuck?
마일즈(선장): 황당했죠. 무슨 쇼를 하는 건가? 난 과학자들이 먼 바다로 나갈 때 자주 함께합니다. 아키라도 내 단골이죠. 그걸 건져 올린 게 아키라가 아니었다면 난 깜짝 카메라나 조작 영상을 찍는다고 의심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그럴 놈이 아니거든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갑판에 드러누워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태양을 똑바로 올려다보는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 깜빡이는 눈동자. 새하얀 피부 위를 흐르는 빨간 피. 신속하게 응급 처치를 시도하는 센도.
엘린다: 잠깐 멈춰 주시겠어요? 이 장면을 다시 보는 게 그렇게 유쾌하지 않네요.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눈이 마주치는 것 같을 때마다 무서워요. 전 과학자고, 미지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이 생물은 달라요. 이게 닥터 센도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아직 아무도 모르니까요.
모두 그것이 아름답다고 해요. 닥터 센도의 실종이 아니라면 저도 그렇게 생각했겠죠. 하지만 전 그 생물이... 무서워요.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 닥터 센도가 이 생물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직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과학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감히 확신합니다.
조이: 센도가 자신의 이름을 붙인 생물은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가 처음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이죠. 센도에게는 부인도 자식도 없어요.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몇 년 전에 돌아가셨죠. 카에데는... 센도가 그 생물을 이렇게 줄여서 불렀습니다만... 카에데는 센도의 이름을 물려받은 지구상의 유일한 존재인 겁니다.
엘린다: 닥터 센도는 그걸 노르웨이 연구소로 이송했어요. 곧 네이처에 페이퍼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에 대한 모든 사실은 그 페이퍼에 근거하고 있어요.
#수조에 담겨 이송되는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 깜빡이는 눈동자를 자주 클로즈업하는 컷.
엘린다: 전 처음엔 닥터 센도가 왜 그걸 포획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지혈이 끝나면 바로 추적기를 달아서 돌려보내는 게 옳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원래 닥터 센도의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상어가 걱정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핑계였어요. 상어가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를 먹는지 먹지 않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페이퍼를 보고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짧은 시간에 그 생물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생물, 그것도 인어라고 부를만한... 유일한 표본이었죠. 인류가 가진. 정밀한 측정과 촬영을 원했던 것 같아요. 내놓고 그것 때문에 포획한다고 말하진 않았지만요. 그건 닥터 센도가 평소에 연구하는 방식은 아니었거든요.
#센도가 찍은 다양한 각도의 사진. 측정 기록. 엑스레이.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에 대한 생물학적 사실들.
엘린다: 닥터 센도답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인류에게는 중요한 기록이 남았죠. 하지만 닥터 센도에게는... 위험의 계기가 된 게 아닐까요.
조이: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의 발견은 센세이션이었습니다. 네이처 표지를 장식한 그 페이퍼 이후로 모든 언론에 실렸죠. 제 말을 믿으세요, 해양생물학은 그럴 일이 별로 없는 분야랍니다!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의 겉모습은 너무나 인간을 닮았죠. 안데르센의 인어가 튀어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모두가 열광한 거죠.
#한 유튜버의 라이브 영상. 고프로를 셀카 각도로 들고 어둠 속에서 지금부터 인어를 훔치러 갈 거라고 속삭이는 남성. 침입을 시도하나 불발된다. 자극적인 댓글들. '인어공주 따먹겠다고 어디까지 가는 거야?' '성공하면 인어 고기 맛 좀 알려 줘.' '머리가 있다면 다크웹 경매에 부쳐야지. 시체라도 떼부자가 될걸.'
조이: 확실히 그 사건 이후에 방어적으로 변했다고 느꼈죠. 그럴 만하긴 했어요. 노르웨이 연구소에 침입이라니! 거긴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인데요. 다른 때라면 상상도 못 할 범죄 시도가 일어나니까 예민해졌겠죠. 너무 많은 관심이 쏠려 있는 것도 사실이었고요. 부담스럽기도 했을 겁니다.
엘린다: 과보호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건 사람이 아니지만. 닥터 센도는 침입자만 멀리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을 거부했어요. 닥터 센도가요! 혼자 연구를 한다니! 그것도 철저하게. 너무 이상하죠. 누구에게도 자문을 구하지 않고 표본을 공유하지도 않았어요. 그건 절대로 닥터 센도의 스타일이 아니에요.
#어두운 실험실의 영상. 수족관 같은 커다란 수조 속의 희미한 형상. 그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센도의 모습.
엘린다: 홀린 거죠.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화면이 빠르게 감긴다. 12배속을 감아 CCTV 속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데도 거의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센도의 모습. 수조 앞에서 먹고 마시고 자는 모습.
엘린다: 그때부터 안 좋은 예감이 들었어요.
#수조 안에 뛰어드는 센도. 점점 자주, 오래 수조 안에 머무는 센도. 함께 헤엄치는 센도와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
조이: 과학자는 일기를 쓰지 않아요. 뭐 개인적으로야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과학자의 일은 아니죠. 과학자는 관찰기록을 씁니다. 가설을 세우고, 논문을 쓰죠. 센도의 경우 네이처에 여럿 실었고요. 저희는 센도가 남긴 메모를 전부 읽었어요. 열심히 분석했죠.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센도가 남긴 메모 클로즈업 컷. 형광펜을 그으며 자막으로 확대하여 발췌.
[자막: 카에데가 수중카메라와 스피커를 완전히 박살 냈다. 두 종류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인간의 가청영역에 쉽게 들어오는 소리를 '허밍'이라고 하자. 인간의 목소리에 허밍으로 반응한다. 동족의 소리라고 생각할 가능성.]
[자막: 카에데의 허밍을 따라 하면 그 소리를 다시 따라 한다. 모방 행동.]
조이: 실제로 센도와 카에데가 번갈아 소리를 주고받는 부분이 녹음기에 남아 있었어요.
[자막: 센도의 목소리]
[자막: 카에데의 허밍 소리]
[자막: 센도의 목소리]
[자막: 카에데의 허밍 소리]
엘린다: 가장 오싹했던 건 이 메모예요.
[자막: 시체가 없다. 매장 습성? 유기물질.]
엘린다: 닥터 센도 역시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죠.
피닉스: 저는 다이버입니다. 아키라에게 어린 시절부터 프리다이빙을 가르쳤습니다.
아키라의 죽음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요. 아키라는 산소통을 버린다고 해도 침착만 유지한다면 제 발로 수면까지 올라올 능력이 충분한 다이버예요. 전 아키라가 기술적인 실수 때문에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하긴 어렵네요.
다만 그는 언제나 무모했죠.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게 안 보이는 것 같았어요. 시간을 잊어버려요. 그래서 기록적인 다이버였던 거지만... 사실 바다에선 그게 제일 위험하거든요. 무언가에 심각하게 빠져드는 거... 아키라가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면... 그나마 납득할 수 있어요.
#무인 잠수정을 한 번에 박살 내는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 담담한 얼굴로 수중 카메라를 준비하고 바다에 다시 뛰어드는 센도의 마지막 모습.
조이: 카에데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해서 센도를 해친 거라면 시체를 찾을 수 있었어야 해요. 적어도 신체 일부라도요.
엘린다: 그 생물이 닥터 센도를 먹었을 가능성... 없다고 말할 수 없죠. 닥터 센도의 기록에 따르면 잡식인 것으로 보이니까요. 그러나 수조에서는 닥터 센도를 상처 내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사냥감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남겨진 기록으로 추측하자면 그래요.
조이: 결국 아무도 센도를 찾지 못했어요. 카에데도 사라졌고요. 무인 잠수정으로 그 일대의 바닥을 쥐잡듯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물안경도, 잠수복의 파편도, 심지어 오리발도 없어요. 다른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의 흔적 역시 찾지 못했습니다.
물론 북극해는 너무 차갑고 심해는 끝이 없어요. 아무리 찾아도 사각지대는 있죠. 우린 태양계보다도 심해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증발할 수 있는 걸까요?
조이: 과학자는 항상 진실을 찾는 사람이죠. 끝없이 찾고 있어요. 완전한 진실을 아는 건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바다에 존재했던 모든 생물을 아는 것. 그들의 생태와 살아가는 방식과 독특한 습성과 문화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 불가능한 그 목표에 단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이 가려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는 거죠. 센도도 그랬고요.
진실 이전의 단계가 뭔지 아세요? 가설입니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폐기하고 선택하죠. 그중 가장 그럴듯한 것이 우리 시대의 진실로 채택돼요. 다른 더 나은 가설이 나오기 전까지요.
전 센도의 실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에게는 진실을 알 방법이 없어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르죠. 오직 세울 수 있는 건 가설뿐입니다. 각자의 가설.
엘린다: 그게 센도를 끌고 간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과학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지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센도가 녹음한 사이레니아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야말로 사이렌의 노래 같아서 으스스해요. 갑자기 소름이 돋네요.
모르겠어요. 센도가 스스로 그걸 따라갔을지도 모르죠. 남은 영상이나 기록을 보면...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항했다면 흔적이 남아야 하잖아요. 물론 바닷속은 보존이나 추적이 불가능에 가까운 현장이긴 하지만...
조이: 자살... 닥터 아키라 센도에게 어울리는 행동은 아니에요. 그건 저에게는 더 큰 미스터리로 느껴지네요. 해답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목숨을 포기하진 않았을 거라고 봐요. 피치 못한 어떤 일이 발생했겠죠. 그게 뭔지는... 단서가 너무 적네요. 하지만 자살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가장 그럴듯하지 않은 가설 같아요.
마일즈: 바다는 생각보다 이상한 곳이야.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소. 볼 건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구먼.
피닉스: 아키라는 바다에서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전 그런 점이 늘 위태롭다고 생각했죠. 인어가 아니더라도... 아키라는 바다를 너무 사랑했어요. 그래서 내심 그런 결말을... 바랐을 수도 있어요. 무의식의 영역이겠지만. 과학자로서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잘 두고 있는 것 같더군요. 저는 과학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런 성취를 할 수 없었겠죠? 상식적으로.
인어는 그 경계가 무너지는 계기였을지도 모르죠. 제가 프로이트는 아니지만... 억눌러져 있던 진짜 바라는 것이 인어와의 만남으로 폭발했을지도 모르잖아요. 진짜 아키라는... 바다와 하나가 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뻔한 상상인가요?
마일즈: 두 번째 인어를 발견하는 사람도 조심하라고 해. 끌려가지 않으려면.
#센도가 남긴 메모 중 히라가나로 쓰인 세 글자를 클로즈업한다.
かえ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