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2
불면의이쑤신
10m가 넘는 표본실의 바닥부터 천장에 닿을 듯이 연결하듯 우뚝 서 있는 길쭉한 원통형의 수조. 지름이 200m 정도로 결코 좁다 할 순 없지만 바다에 비하면 어항만도 못하다.
카에데는 거꾸로 서 있다... 누워 있다? 멈춰 있다. 꼬리지느러미는 천장을 향해 있고 해초처럼 나부끼는 검은 머리칼은 바닥을 향해 있다. 뒤집어진 눈코입이 센도를 빤히 쳐다본다.
카에데는 널찍한 수조 가운데가 아닌 벽 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 센도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로 서서히 앞으로 오다가 투명한 강화유리벽에 코끝을 꼭. 눌렀다. 반동으로 느리게 튕겨 나가 약간 눈이 커진 채 뒤로 한 뼘 정도 슥 물러선다. 다시 앞으로 온다. 동그란 코끝이 유리 벽에 꼭. 눌린다. 다시 뒤로 물러선다. 거꾸로 뒤집힌 그대로 앞뒤로만 움직인다.
손 지느러미를 앞으로 뻗어서 뾰족한 끝으로 타다닥타다닥 유리를 미세하게 두들긴다. 얼굴 양쪽에 달린 비단처럼 얇고 투명한 지느러미가 홀로그램 빛으로 펄럭인다. 아무래도 저쪽에 고막이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센도는 가만히 카에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곧 유리에 흥미를 잃은 카에데는 다시 양팔을 뒤로 돌린다. 골반 바로 위쪽 매끈한 척추가 움푹 들어간 곳에 힘을 뺀 '손목'을 교차해 걸쳐 놓았다. 기다란 손 지느러미가 날씬한 허리 양쪽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다. 부력에 자연스레 흔들린다.
그래.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는 골반뼈가 있다. 하지가 양쪽으로 갈라지지 않았는데도. 인간보다는 훨씬 작지만 고래의 골반뼈보다는 크다. 이 골반뼈를 기준으로 척추를 구부리면 '상체'와 꼬리지느러미를 앞뒤로 접을 수 있다. 그래서 그물에 '앉을' 수 있었다. 카에데는 원한다면 자신의 꼬리지느러미를 입에 물 수 있다. 고래나 듀공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고래의 골반뼈는 오랫동안 아무 기능이 없고 오직 해양 포유류가 뭍에서 바다로 돌아갔다는 증거라는 진화론의 '흔적 기관'설로 설명되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생식기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는 기관으로 밝혀졌다. 센도 카에데는 겉으로 드러난 생식기 추정 기관이 보이지 않는다. CT와 정밀 초음파를 동원한 3D 스캔에서도 어느 기관을 딱 짚기는 어려웠다. 사실 내부생식기는 해부를 한다 해도 정확히 밝히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배꼽과 항문 사이에 균열이 있는 점은 듀공과 닮았다. 듀공은 암수 모두 같은 균열이 있는데 성별마다 위치가 다르다. 지금으로서는 카에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다.
정식 명칭은 센도 카에데로 결정되었지만 센도는 남몰래 이 개체를 카에데라고 부르기로 했다. 표본 개체에 따로 이름을 붙이는 건 흔한 일이다. 센도로서는 신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름다운 생물을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는 게 어색하다는 당연한 이유도 있었다. 논문을 비롯한 공식 기록에는 개체명을 K라고 적었다. 하지만 센도에게는 카에데였다. 첫 번째 카에데.
카에데는 수조에 거꾸로 멈춰있기를 좋아했다. 등 뒤에 지름 200m의 수조를 놔두고 유리 벽 앞에서 둥둥 떠 있었다. 시선은 언제나 센도를 향해 있었다.
센도와 카에데는 한참을 마주 보고 있었다. 이 연구실엔 카에데에 대한 모든 정보가 센도의 방식대로 정리되어 있다. 이동식 칠판을 닮은 바퀴 달린 검은 벽 여러 개에 카에데의 엑스레이, CT, MRI, 3D 초음파 이미지가 줄지어 꽂혀 있었고 버튼을 누르면 빛이 들어와 화상을 확인시켜 주었다. 출력된 이미지가 아닌 연속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커다란 쿼드 모니터가 반원형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두 개는 가로형 두 개는 세로형이다. 센도는 마우스휠을 굴리면서 모니터 속 다양한 핑크빛의 내장 단면 이미지와 수조 속의 거꾸로 된 카에데를 번갈아 보다가. 의자를 박차고 나와서 모니터와 등을 맞대고 책상에 걸터앉아 카에데와 눈싸움을 했다. 키가 큰 센도는 항상 의자에 앉는 것보다 책상에 앉는 게 편했다.
카에데의 신장은 2m가 약간 안 된다. 정확히는 187cm. 지금으로서는 카에데가 태어난 지 몇 개월령인지, 성년인지 어린 개체인지 알 방법이 없다. 더 어린 개체와 더 나이든 개체를 비교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이다. 인간이라면 치아로 확인할 방법이 있다. 인류학자들이 정립한 그 방식을 사용하면 영구치가 1년에 자라는 평균 속도를 계산한 뒤 영구치가 닳는 속도를 역산하여 치아만 가지고도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카에데는 인간이 아니다. 놀랍도록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이 아니다. 카에데의 이빨과 턱뼈는 인간의 이빨을 알사탕처럼 간단히 부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송곳니는 세 겹이다. 해양 포유류의 치아 발달 방식은 천차만별이며 상어의 경우 세 번 정도 치아 전체를 갈아 끼운다.
생식기가 보이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어린아이라고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센도는 카에데의 어떤 장기가 무슨 기능을 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듀공 수컷도 평소에는 체외에 생식기가 드러나지 않는다. 카에데의 복부 내장 기관 중에 확실하게 정체를 알 수 있는 것은 간(지방 함유가 높고 가장 크다)과 창자(내부의 음식물이 보인다)가 전부다. 방광으로 추정되는 기관이 두 개 있는데 어느 쪽이 무엇이며 남은 하나는 또 무엇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해양 포유류의 방광은 육지 포유류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크기가 비슷한 두 개의 동그란 기관. 센도가 조심스럽게 추측하기로는 하나가 자궁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정소로 추정되는 기관도 찾았다. 난관과 정관으로 추정되는 기관의 샘플을 추출해 현미경으로 성분을 분석하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샘플 추출 방법이 침습적일 수밖에 없는 데다가 만약 성적으로 성숙한 개체가 아니라면 허탕일 뿐이라서 확인은 보류했다. 만약 센도의 추측이 옳다면 센도 카에데 사이레니아는 자웅동체다. 심해 생물에서 드문 일은 아니나 해양 포유류로서는 유일하다. 물론 모든 개체가 그런지 카에데만 그런지 아직은 알 방법이 없다.
센도는 카에데의 안팎을 추측으로 가득 채운다. 그럴듯한 증거가 눈에 보이는 가설. 가령 카에데의 몸에서 가장 큰 기관은 폐다. 심해의 수압에 짜부라지지 않도록 두껍고 강력한 피부와 더욱 강력한 원통형의 가슴뼈가 폐를 지키고 있다. 카에데의 늑골 사이사이는 매끈하고 단단한 뼈로 연결되어 있다. 폐와 간을 보호한다. 카에데의 내장과 분변에서는 해초 조각, 아주 작은 물고기 뼛조각, 소화되다 만 대왕오징어 껍질 조각이 발견됐다. 치형으로 추측했던 것처럼 잡식이다.
아직은 근거를 찾지 못한 가설. 가령 카에데의 뇌는 크기, 무게, 그리고 CT상으로 파악 가능한 구조가 놀랍도록 인간을 닮았다. 그러나 인간의 뇌와 똑같이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들도 대뇌피질에 인간처럼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을 차곡차곡 쌓았다가 흘려보냈다가 하는지. 전두엽이 인지와 판단과 감정조절을 맡는지. 전극을 꽂아 뇌파를 검사하고 기억을 상기시키거나 고통을 가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센도는 그런 실험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건 돌고래보다도 지능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지금부터 센도가 확인해 봐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완전히 상상의 영역에 가까운 가설. 카에데는 도구를 쓸 수 있을까?
먹이를 주면 '손'으로 받아먹는다. 정확히는 손 지느러미로 쿡 찌른다. 죽은 고등어는 냄새를 킁킁 맡더니 머리부터 씹어 삼켰다. 수조에 살아있는 오징어를 몇 마리 풀어줬더니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쫓았다. 헤엄을 칠 때는 손을 머리 위로 모으고 몸을 '세로로' 돌려 완전한 유선형으로 나아간다. 힘찬 꼬리지느러미 놀림. 가벼운 만큼 빠르다. 바다사자와 견줄 만한 것 같다. 스피드로만 쫓는 줄 알았는데 유리 벽의 존재를 활용해서 구석으로 몰기도 한다. 놀랍다. 자신도 적응한 지 얼마 안 된 주변 상황을 사냥 전략에 응용하고 있다.
숨통을 끊는 사냥 '도구'는 손 지느러미였다. 오징어를 구석에 몰아 놓고 꼬리지느러미를 홱 휘둘러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는 경로를 예상해서 찔렀다. 작살에 꿰뚫린 꼴이 된 오징어를 반대쪽 손지느러미로 위에서 아래로 쭉 갈라서 내장부터 먹는다. 조그만 입술은 다 벌려도 송곳니가 드러날까 말까다. 도톰하게 발달한 위아래 입술로 사냥감을 물고 송곳니로 찢는다. 다리 끝까지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카에데는 손 지느러미를 가위나 칼처럼 사용했다. 카에데가 진짜 가위나 칼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갈 수 없는 바다 밑에 가라앉은 난파선을 발견했을 때. 카에데가 포크나 작살 같은 것을 줍는다면 어떻게 될까?
완전히 상상의 영역에 가까운 가설이다.
카에데는 수조에 거꾸로 멈춘 채로 잠을 잔다. 잠들 때는 눈꺼풀을 살며시 닫는다. 자고 있는 사람처럼. 혹은 기괴할 정도로 아름답게 익사한 시체처럼. 핏기 없는 새하얀 얼굴에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속눈썹이 장식 같다.
향유고래가 심해에서 이렇게 잔다. 거꾸로 서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카에데가 이렇게 자는 이유도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프리다이빙으로 바다 밑을 향할 때 이런 자세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발을 위로 두는 것이 추진력을 얻기 편하기 때문이다. 수면을 취하기 위한 자세는 아니다. 바다 밑에 잠시 멈출 줄 아는 해양 포유류들은 모두 이렇게 잠드는 걸까.
밤새 돌아가는 카메라로 센도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카에데의 최대 잠수 시간은 37~40시간이다. 카에데는 가끔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다. 이마저도 숨을 쉬러 올라 온 건지 물 밖을 보고 싶어 올라 온 건지 확인이 어렵다. 센도가 먹이를 주러 수조 위로 접근할 때마다 어김없이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수 한계 시간을 보기 위해 수조로 통해 있는 다른 관을 이용해서 먹이를 주고 며칠간 수면 근처로 가지 않았다. 센도가 오지 않아도 카에데는 자발적으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때가 있었고 그 텀이 37~40시간이었다. 이 역시 호흡의 한계인지 지루함의 한계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센도를 기다려서 나온 거라면 좋을 텐데.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망한 것이다.
센도는 관찰자로서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는 센도가 객관적이긴 했다. 사람들은 인어라는 환상을 떨치기 힘들어했다. 너무나 쉽게 카에데를 인간이라고 여겼다. 무리는 아니다. 카에데의 머리부터 배꼽까지는 인간과 지나치게 흡사하다.
그러나 카에데는 인간이 아니다. 카에데에게 꼬리지느러미가 달린 점을 신기해할 것이 아니라 직각에 가까운 어깨가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 해야 한다. 전자는 해양생물에게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후자가 이유를 직관적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카에데를 인간이라 생각하면 꼬리지느러미에 집중하게 된다.
카에데에게 직각에 가까운 어깨가 달린 이유는 '팔'의 효율적인 가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카에데는 헤엄칠 때 방향을 잡거나 사냥을 할 때 팔과 손 지느러미를 적극 사용한다. 덕분에 카에데의 수영 실력은 엄청나다. 수직으로 멈춘 채로 빙글빙글 돌 수도 있고. 손을 살짝 스컬링 하듯 움직여 앞뒤로 조금씩만 움직이기도 한다. 팔의 가동성과 손 지느러미를 사용해 아주 미세하고 섬세한 방향 전환과 움직임이 가능하다. 스피드와 합쳐지면 거의 무적이다.
팔을 최대한 뻗으면 카에데는 거의 신장의 절반 가까이 리치를 확장할 수 있다. 몸보다 좁은 틈으로도 손 지느러미를 집어넣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해양생물에게는 불가능한 사냥 스킬이다. 정면의 유선형을 포기하는 대신 카에데는 막강한 사냥 스킬을 손에 넣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센도는 카에데의 사소한 동작까지 매일매일 직접 관찰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인간이다. 센도는 매일 되뇐다. 카에데는 인간이 아니다. 카에데는 해양생물이다. 고래처럼. 바다표범처럼. 듀공처럼.
센도는 인어의 환상을 걷어내고 카에데를 본다. 카에데에 대해 알아간다. 카에데에 집중한다.
그 어떤 생물과도 다른 카에데. 유일한 카에데.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언론사와 방송사와 다큐멘터리 감독과 유튜브 채널에서 취재 요청이 쏟아졌다. 센도는 모두 거절했다. 필요한 만큼의 정보는 논문을 통해 학계에 공개했다. 하나를 받아주기 시작하면 모두를 받아줘야 한다. 센도는 방송 생리에 대해 문외한이 아니었다. 해양 포유류를 다루고자 하는 어떤 매체 프로그램이라도 센도에게 자문을 받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센도는 카에데를 지나친 관심과 인어의 환상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후에 노르웨이 경찰에 의해 자극적인 유튜브 채널 운영자로 밝혀진 괴한이 센도의 연구소 부지에 불법 침입한 사건이 발생하자 센도는 경비대를 고용하고 방범 시스템을 강화했다.
그리고 카에데가 있는 방에 틀어박혔다. 누구도 만나지 않았고 아무 데도 나가지 않았다. 전화는 거의 무시했고 이메일과 메신저만 답장했다.
센도가 이렇게 나오면 수많은 해양 포유류 연구자들이 막막해진다. 센도는 개척자로서 수많은 후발주자들에게 조언과 표본 샘플과 선행 연구와 필드의 주의 사항을 전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런 센도가 두문불출하면 많은 연구들이 퀄리티까지는 아니더라도 속도에는 분명히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누구도 센도를 닦달하거나 꺼내지는 못했다. 센도가 누구와 함께 (센도가 들었다면 '무엇'이라고 정정했겠지만) 틀어박혔는지 알기 때문이다.
인어보다 매력적인 미끼를 던질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누구도 센도를 끌어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센도는 잠을 잘 때도 수조 앞에 이불을 깔아 두고 침낭 속에 들어갔다. 식사도 바로 옆의 주방에서 대충 만들어서 카에데를 바라보며 먹었다. 주로 카에데가 잠든 시간에.
카에데에게 다양한 먹이를 주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해초도 다양하게 주고 어류 뿐 만 아니라 패류도 줘 봤다. 고둥은 손 지느러미를 이쑤시개처럼 쿡 찔러서 어렵지 않게 빼 먹었지만 전복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먹을 것인지 모르는 건지 먹을 생각이 없는 건지. 범고래는 무리마다 먹이가 정해져 있어 어떤 무리는 절대로 바다사자를 먹지 않는 반면 어떤 무리는 바다사자 새끼만 먹는다. 카에데도 그럴지도 모른다.
가오리를 넣었을 땐 놀랍게도 배를 쭉 갈라 간만 빼 먹었다. 남아프리카의 범고래 무리가 하는 행동과 일치한다. 가장 고열량의 간만 빼먹고 나머지는 버린다.
그런데 카에데는 어떤 범고래도 하지 않는 일을 했다. 내장이 다 빠진 가오리 가죽을 등 뒤에 걸쳤다. 그 상태로 거꾸로 멈춰서 잠들었다. 마치 이불을 덮은 사람처럼.
수조의 수온과 염도는 카에데를 만난 북극해와 일치하도록 맞춰 놨다. 카에데가 인간이 갈 수 없는 심해에서 살기 때문에 지금껏 눈에 띄지 않은 거라면 서식지는 수조 온도보다도 훨씬 차가울 것이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추울 리 없건만. 아니 그게 정말로 체온을 보존하려는 행동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 잠에서 깼을 때는 꼬리지느러미로 가오리 껍데기를 툭툭 치면서 수조를 왔다 갔다 하기도 했다.
가오리는 부패하기 전에 꺼냈다. 카에데는 끝까지 먹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놀이를 아는구나. 센도는 어렴풋이 그런 것을 확신했다. 카에데는 심심해한다. 놀잇감을 만들어서 가지고 논다. 그러다가 질리면 잠든다.
처음 발견했을 때 그네를 타는 것처럼 그물에 앉아있던 모습을 생각한다.
센도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죄책감이 있었다. 그건 수조 속의 카에데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울컥 쏟아지는 바닷물처럼 목구멍을 짭짤하고 따끔거리게 만들곤 했다.
카에데를 처음 발견했을 때. 이마의 상처는 분명 긴급한 치료가 필요했다. 그러나 실험실로 데려와야 할 필요는... 카에데에게는 없었다. 센도에게는 있었다. 인류에게는 있었다. 카에데에게는 전혀 없었다.
센도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카에데가 궁금했다. 마취를 하고 실험실로 데려와야만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유일한 건 아니었다. 그대로 추적기를 달아 바다로 돌려보내 줄 수도 있었다. 뭣하면 바로 카메라를 단 무인정을 옆에 붙여 실시간으로 따라갈 수도 있었다. 훨씬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카에데를 관찰하고 심지어 서식지와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과학적으로도 그편이 더 이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센도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카에데를 여기로 데려오고 싶었다. 자신의 영역으로. 카에데의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몸속에 숨기고 있는 비밀을 구석구석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고 확신할 수 없는 만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센도는 죄책감을 이겨낼 수 없었다. 카에데를 볼 때마다 심장에 바닷물을 끼얹은 것처럼 따끔따끔했다.
그렇지만 카에데는 놀이를 좋아한다. 호기심이 많다. 조금이라도 지루해지면 바로 잠든다.
처음 발견했을 때 그네를 타는 것처럼 그물에 앉아있던 모습을 생각한다.
센도가 그물로 카에데를 잡은 것이 아니다. 카에데가 인간의 그물 속에 들어 온 것이다. 인간과 놀기로 결정했는지도 모른다.
근거를 가진 추측과 완전한 상상의 영역 사이 경계에서 센도의 따끔거리는 죄책감이 짜릿한 불꽃으로 역전된다.
센도가 선택한 게 아니다. 카에데에게 선택받은 것일... 가능성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뒤집어진 카에데가 양팔을 굽힌다. 다시 펼쳤다가. 또 천천히 굽힌다. 한 팔을 먼저 어정쩡하게 꺾고. 반대 팔을 손 지느러미 끝부터 천천히 팔을 굽혀 만든 구멍 속으로 끼워 넣는다. 팔짱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센도는 잠시 움직일 수 없었다.
시선을 내려 자신의 팔을 본다. 버릇처럼 팔짱을 낀 두 팔을.
센도를 따라 팔짱을 낀 채로 센도를 보는 카에데의 무표정한 얼굴이 거꾸로 뒤집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