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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Series
2023.04.18

리와인드

불면의이쑤신

센도 아키라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실업 농구팀 선수가 되었다. 그럴 거면 왜 료난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은퇴했던 거지? 모두 의문을 표했지만 본인은 아주 자연스러운 순서였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어. 그것뿐이야.

농구는 언제나 재미있다. 마지막엔 센도가 이기기 때문에 더더욱. 젊음과 실력과 피지컬. 센도는 오각형이든 육각형이든 꼭짓점에 어떤 능력치를 적어도 그래프를 꽉 채울 수 있는 선수였다.

농구는 언제나 단순하다. 아무리 복잡한 작전과 경로와 패턴을 연구하고 실천하더라도. 성공과 실패. 골인과 노골. 승리와 패배. 매일 매시간 매 순간 전자만을 추구하다 보면 시즌이 끝난다. 눈앞의 단순한 목표에 집중해 결코 단순하지 않은 방법을 실현하기. 센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잘 하는 일이었다.

단순하고도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가끔 공허함이 찾아올 때가 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에 혼자 앉아있는 감각. 미처 해결하지 못한 찌꺼기가 채 가라앉지 않고 텅 빈 공간을 부유하는 불결한 느낌. 그럴 때 카나가와에서는 바다를 찾았다. 도쿄에는 그런 바다가 없다.

센도는 바다 대신 집에 틀어박혔다. 좋아하는 소파에 기대앉아서 어떤 카세트테이프를 듣는다.

다른 어떤 소리보다 농구화가 끽끽대는 소리, 농구공을 드리블하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숨소리가 간신히 들리는 적막으로 채워진 테이프.

성실하게 일곱 개를 맞춰 채운 트랙을 하염없이 반복 재생한다.

찌꺼기가 가라앉고. 공허가 녹아들고. 편안한 잠이 눈꺼풀을 덮고. 언젠가의 카나가와를 꿈에서 볼 때까지.


일본 남자 농구는 대륙 레벨에서부터 부정할 수 없는 약체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한국에 밀리고 태평양에서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넘는 게 관건이며 치고 올라오는 중동 팀들과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졌다. 농구는 객관적인 전력을 뒤집기가 쉽지 않은 스포츠다. 고작 다섯 명씩 맞붙다 보니 한 명이라도 강력한 상대가 있으면 약팀의 반전은 요원하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전체적으로 약팀이라 할지라도 하나만 미친놈이 있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센도는 기꺼이 그 미친놈이 되고자 했다. 솔직히 리그는 아무래도 좋았다. 아시안게임을 뚫어야 한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야 한다.

NBA 선수쯤 되면 올림픽이 아니고는 대표팀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 악물고 120% 집중해서 돌파한 보람이 있었다. 일본 대표팀은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아시아의 두 번째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루카와 카에데의 전지훈련 합류.

이례적인 일이었다. 휴식기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많은 NBA 플레이어들이 다음 시즌 컨디션을 고려해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포기한다. 일본의 올림픽 진출은 몇십 년에 한 번 돌아올까 말까 한 특별한 기회였기 때문에 보도에 따르면 사와키타 에이지와 루카와 카에데가 모두 출전을 원했고 일본 농구 협회로선 당연히 둘 다 와 주길 바랐다. 하필 둘 다 동시에 주전으로 쓰고 있는 팀 프런트는 골치가 아팠고 치열한 논의 끝에 아무것도 강요할 순 없지만 선수 관리 입장에서는 한 명만 갔으면 하는 강력한 의사를 밝혔다. 사와키타와 루카와는 그들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공정한 방식으로 명예로운 팀 재팬 유니폼의 향방을 결정했다. 가위바위보.

모든 스포츠 기자들이 공항에 모였다. 플레이오프까지 치르고 왔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2주 정도 늦은 시기였다. 센도 아키라는 주장으로 팀을 대표해서 공항에 마중을 나왔다.

물론 공식적인 이유가 그랬다.

왔다! 누군가 외쳤다. 일제히 플래시 세례가 폭발하는 방향에서 캐리어를 앞세운 루카와가 걸어 나왔다.

심장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고동쳐 잠시 센도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빼앗았다.

만나기 전까지도 얼마나 그리운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

빠르게 점멸하는 플래시 라이트 속에서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는 루카와의 움직임만 슬로우로 보인다. 시간감각이 제대로 왜곡됐다. 센도는 자신의 미소도 슬로우로 보일지 궁금했다. 맞이하는 쪽이 먼저 인사를 해줘야겠지.

오른 손바닥을 천천히 들어 보이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어서 와.

루카와는 선 채로 살짝 웃었다. 허리를 구십 도로 숙여 카메라에게 인사한다. 다시 한번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루카와가 센도를 똑바로 쳐다보며 셔터 소리에 묻히지 않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단답이 전부였던 짧은 인터뷰가 끝나고.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로 센도가 루카와를 대표팀 버스로 에스코트했다. 버스 아래에 트렁크를 전부 싣는 동안에도 셔터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루카와는 여유 있었다. 마지막으로 버스 계단에 한 발을 걸쳐 놓은 순간까지도 렌즈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루카와의 에이전시에서 나온 매니저는 센도에게 인솔을 맡기고 따로 렌터카를 몰고 숙소로 오기로 했다. 농구선수 몸에 맞는 거대한 좌석이 깔린 28인승 대형 버스에 센도와 루카와뿐이다. 루카와는 죽 늘어선 빈 좌석을 물끄러미 보더니. 왼쪽 창가의 1인석을 다 제치고 세 번째 줄 맨 오른쪽 창가에 들어가 앉았다. 목에 걸쳐놨던 이어폰을 양쪽 귀에 하나씩 꽂더니 새침하게 창밖을 바라본다. 실실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센도는 기분 좋게 그 옆자리에 앉았다.

부드럽게 출발한다. 한참 동안 루카와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어쨌든 시선은 거기 두었다. 센도는 그 옆얼굴의 곡선을 바라보았다. 조금 젖살이 빠진 것도 같고. 그래도 여전히 동그랗고 솜털이 뽀얗다. 무심코 손가락을 들었다가.

루카와가 센도 쪽을 돌아보았다. 저도 모르게 루카와의 볼을 쓰다듬으려고 했던 센도의 검지 코앞에 루카와의 눈동자가 있다.

시간이 멈춘 건 아니었다. 심장이 아플 정도로 크게 뛰었으니까.

루카와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서 제 왼쪽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빼내서 센도에게 건넨다.

"들을래?"

센도는 어금니를 꼭 깨물고 할 수 있는 한 다정하게 웃었다. 그렇지만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입을 열면 목소리와 함께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그 이어폰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어폰을 전해 받는 손끝도. 이어폰을 들고 있던 손목도. 잘게 떨렸다.

루카와의 허벅지에 얌전히 놓여 있는 하얀 손등에 제 손등을 가만히 가져다 댔다. 루카와는 피하지 않았다. 딱 그만큼의 온기를 나누며 숙소까지 말없이 간다. 센도는 하얀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코트에서 다시 만난 루카와는 확실히 진화한 선수였다. 풋풋했던 고등학교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센도는 실력으로 따지면 루카와가 주장을 맡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표팀은 첫 합류라는 걸 고려하면 적합한 인선은 아니지만. 어쨌든 루카와에게 오랜만에 주장 소리를 듣는 건 좋았다. 귀가 살짝 간지러울 정도로.

호흡을 맞출 겸 가벼운 3:3 게임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루카와 팀 대 센도 팀. 센도는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고 기분 좋게 웃었다. 루카와는 덤덤하게 팀원들을 모아서 스크럼을 했다. 확실히 커뮤니케이션이 늘었다.

센도는 스무 살까지 키가 자라서 최종적으로 197cm가 됐다. 루카와는 감으로 찍자면 센도보다 5cm 정도 아래인 것 같았는데 점프로 공중에서 맞붙었을 땐 키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디펜스는 단단해졌고 공격은 거의 손댈 수가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돌파력이 더 좋아졌다. 몸으로 부딪히니 NBA에서 활약할 수밖에 없다는 걸 한 차원 잘 알게 됐다.

훈련은 즐거웠다.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루카와에게 플레이에 관한 조언을 구했고 루카와는 감독을 한 번 흘끗 보더니 눈짓으로 오케이 사인을 받고 나서는 정성껏 말을 보탰다. 가끔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말보다는 행동이 나은 건 여전하다. 교본과도 같은 플레이에 모두 무심코 오오 외치면서 박수를 쳐서 체육관 안에 왕왕 울리자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루카와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은 선수들조차 우상을 만난 어린이처럼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그럴수록 루카와도 눈동자를 빛냈다.

정해진 훈련 시간이 끝나고 감독과 코치와 통역까지도 모두 각자의 시간을 보내러 돌아갔다. 루카와와 센도만 훈련장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센도가 농구공 하나를 잡아 루카와에게 바운드 패스했다.

"헤이."

루카와가 공을 잡는다. 센도가 밝게 웃었다.

"승부할까?"

루카와는 대답도 없이 센도가 등진 골대를 향해 돌진한다. 센도도 얼른 백코트 했다.

그때부턴 둘만의 시간이었다.

단 한순간도 잊지 못했던. 꿈에서 볼 정도로 그리웠던 순간. 그 장면에 새로운 필름을 보탠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서. 센도는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이렇게 즐거운 농구는 처음이라고. 시합도 아니고 일 대 일인데도. 해가 넘어가도 꺼지지 않는 찬란한 백열등 아래서 되찾은 연인과 되찾은 농구를 했다.


전지훈련은 2인 1실이었지만 센도와 루카와는 특별히 각자 방을 썼다. 센도의 제안이었다. 멀리서 온 데다 시즌을 마치자마자 합류한 루카와를 배려해야 하지 않겠냐고 협회를 설득했다. 짝이 안 맞아 남는 김에 자신도 1인실로. 얌체 같은 주장이라면서 선수들이 장난으로 야유를 보냈다.

센도가 루카와를 1인실에 넣은 건 배려가 아니었다. 순전히 이기적인 선택이었다. 루카와가 다른 누구와 한 방을 쓰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같은 방을 쓸 수도 없었다. 사적인 동기가 거의 전부였던 건 맞지만 어쨌든 명예로운 자리를 갖췄기에 루카와를 다시 눈앞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몇십 년에 한 번일지 모를 기회에 집중해야 했다. 육체적이라고만은 말할 수 없는 욕구 때문에 한눈을 팔 수 없었다. 이미 일본 농구의 역대급 올림픽 성적을 맡겨 놓은 것마냥 루카와의 어깨만 바라보는 매스컴. 센도는 조금이라도 루카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 견뎌왔다고 해도...

그렇지만. 한계가 있었다. 어느 밤 잠이 오지 않아 한참 호텔 정원을 산책하고 돌아온 센도의 방 문 앞에. 아무도 없는 건조한 복도에 덩그러니 기대어 서 있는 루카와를 봤을 때.

센도는 전부 잊어버리고 기꺼이 무너지기로 했다. 루카와가 그러기로 했다면.

사람의 피부 자체가 오랜만이어서는 결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 만인지 모를 뜨거움을 마음껏 부딪히면서 센도는 조금 울었다. 괴로워서도 아니고 슬퍼서도 아니고. 뺨을 마주 대고 나서야 깨달아 버린 지금까지의 그리움에 질식할 것 같아서. 찡그린 미간을 짚어 주는 동그란 손끝의 온기가 언젠가의 바닷가 풍경과 겹쳐서. 다정한 키스가 자신의 마음처럼 애틋해서. 루카와의 뺨으로 떨어진 자신의 눈물이 루카와의 눈꼬리에서 떨어진 눈물과 겹쳐 한 줄기로 흘러서. 엉망으로 맞붙인 입술 사이로 서로의 폐 속의 공기를 전부 빨아들여서 이대로 세상을 끝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센도는 뿌옇게 흐려진 머릿속으로 해서는 안 될 맹세를 했다. 그것까지 들킨 것처럼 루카와는 거세게 센도의 목을 끌어당겼다. 아무 생각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최고의 전력으로 올림픽에 참여한 일본 대표팀은 죽음의 조에서 스페인을 꺾고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본선 진출 자체가 기적이었던 상황에서 놀라운 활약이었다. 심지어 뉴질랜드를 꺾고 8강까지 진출했다. 리투아니아에 패배해 거기서 끝이었지만. 역대 최고의 성적이었다.

루카와는 올림픽 개최지에서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일본에 들러 딱 일주일의 휴가를 가졌다. 10월 NBA 개막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마땅한 걸 알면서도 센도는 일본 체류 마지막 날에 루카와를 집으로 초대했다. 루카와는 두말없이 센도에게 왔다.

사실 센도는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어른이 된 루카와와 함께 어른들의 도시인 도쿄에서. 물론 전지훈련을 하면서 또 올림픽 기간 내내, 지겹도록 몰두해도 도저히 지겹지 않은 농구를 하고, 하지 않을 때는 손등을 맞잡고 서로에게 기대어 이어폰을 하나씩 나누어 낀 채 어린 센도의 목소리를 듣는 모든 순간이 데이트였다. 그렇지만 농구가 없는 데이트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서 여러 코스를 검색하고 미리 가 보고 예약도 하고. 그런 어설픈 준비 과정 자체를 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 안에 들어온 루카와는 한 바퀴 둘러보기는커녕 어서 오라는 말이 차마 끝나기도 전에. 현관에서 센도의 두 손을 가져다가 꼬옥 잡았다. 어딘가 화난 듯이 솟구친 날렵한 눈썹 아래에 얇은 물막이 쳐진 눈동자를 하고 그랬다.

"아무 데도 가기 싫어. 너랑 있고 싶어."

센도.

그리고 입술을 꼭 깨물고 치미는 무언가를 참더니. 겨우 입술을 열어 말했다.

"사랑해."

루카와의 이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더 이상 과거의 기억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서 말하고 있으니까. 센도는 이번에는 눈물이 나더라도 참지 않기로 하고 입을 열었다. 목이 메어도 해야만 하는 말이 있었다.

"나도. 나도 사랑해."

마지막 하루 동안 기억에 남기고 싶은 건 결국 서로의 모습뿐이었다. 안팎으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 아주 작은 한숨이나 떨림에 가까운 움직임까지도. 한순간 달라지는 체온의 변화도. 솜털과 땀방울과 체모 단위로 클로즈업 된 모든 신체도. 미끄러지고 파고들고 누르고 뒤덮고 삼키면서. 온몸에 서로를 새기고 싶었다. 어디에 있어도 잊지 않도록. 닿을 수 없어도 그립지 않도록.


공항에 도착한 루카와는 센도의 차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취재진은 공항 안쪽에서 대기 중이었다. 도착하기로 한 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루카와는 내리지 않았다. 센도도 문을 열지 않았다.

루카와의 손등을 천천히 쓰다듬던 센도의 손이 떨렸다. 그걸 숨기려고 센도는 루카와의 손등을 꼭 잡았다. 루카와가 손을 뒤집어 맞잡는다. 사실은 맞닿는 면적이 커질수록 떨림이 더 크게 전해질 뿐이다. 루카와는 센도가 이럴 때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또 사랑스럽다고도.

루카와는 센도가 가지 말라는 말을 어렵게 참고 있는 걸 알았다. 뜨거워진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축축함으로.

센도는 루카와가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어렵게 참고 있는 걸 알았다. 마주 잡아오는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움으로.

그래서 센도는 이렇게 말했다.

"기다려 줄 거지."

루카와는 의아했다.

"미국에 올 거야?"

"글쎄."

센도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승부를 포기하는 법이 없는 올라운더 에이스의 자신만만한 미소. 순식간에 루카와의 의문이 날아갔다. 사실 루카와는 센도를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저 미소를 따라가기만 하면 전국 제패가 꿈이 아니던 시절부터.

그래서 루카와는 이번에도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센도도 마찬가지였다. 이별의 선물도 필요 없었다. 루카와의 주머니엔 휴대용 카세트테이프가 여전히 들어있었다.


센도 아키라는 올림픽에서 치열한 명승부를 펼쳤던 스페인 리그에서 러브콜을 받아 이적했다. 유럽 리그에 진출한 첫 번째 일본인이었다. 2년을 풀타임으로 활약하고 우승컵을 든 다음 NBA에서 오퍼를 받았다.

다른 팀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네.

하프라인을 마주하고 선 적진의 에이스. 루카와 카에데가 센도를 마주하고 피식 웃었다. 입모양으로만 말한다.

어서 와.

센도는 활짝 웃었다. 역시 입모양으로만 대답했다.

다녀왔어.

시끄러운 코트 한가운데에서 서로에게만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고 들렸다.

비하인드 http://simp.ly/p/fZK7g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