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신스 2
불면의이쑤신
센도도 집이 있다. 일단은. 철도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는 낡아빠진 단칸방. 씻고 눈만 붙일 수 있으면 그만이라 제일 싼 걸로. 어차피 대부분의 시간은 가게에서 보낸다.
물을 뒤집어쓴 채로 있을 수는 없는지라 센도는 일단 집에 가서 샤워를 했다. 그대로 잠에 떨어질 뻔했지만 머리를 세게 흔들어 정신을 차린다. 하마터면 루틴대로 행동할 뻔했다. 마치 매일의 평화로운 날인 것처럼. 오늘은 아니었다.
우울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걸어서 10분 거리인 가게로 가면, 아까의 참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센도는 땅이 꺼져라 한숨 한 번 쉬고, 빗자루를 가져다 산산조각 난 일상의 평화를 치운다. 물론 청소만 한 건 아니고 계산기 가져다가 야무지게 피해액도 계산해 놨다. 미남 야쿠자의 지갑은... 두꺼워 보였다. 믿어 보자고.
세 시간... 잘하면 네 시간 정도 잘 수 있다. 센도는 가게 간판을 포함해 모든 조명을 내렸다. 유령처럼 음울하게 가게 안쪽 구석 방에 놓인 접이식 침대로 간다. 모로 누워 다리를 조금 접어야만 발목이 달랑거리지 않는 중고 매트리스는 낡아서 오히려 푹신하다. 눈을 감자마자 피로가 몰려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커피를 많이 마신 것처럼 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렸다. 센도는 선잠을 자는 내내 빨갛고 하얗고 까만 이미지가 눈앞에 휘몰아치는 이상하고 혼란스러운 꿈에 시달렸지만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눈이 저절로 떠졌을 때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숫자는 정확히 1:57이었다.
센도는 게슴츠레하게 화면을 쳐다보며 3분 후로 예정된 알람을 껐다. 버릇이 무섭다. 인간의 몸은 깜짝 놀라면서 깨는 걸 싫어해서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곤 한다는데. 센도의 몸은 어지간히 깜짝 놀라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
기지개를 쭉 켜면서 가게 카운터 쪽으로 한 걸음 나오자마자 센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로등 불빛이 하얗게 밝혀 놓은 가게 전면 유리창에 커다랗고 시커먼 인간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다. 겨우 잠에 들었던 심장이 다시 벌렁거린다. 센도는 조심스럽게 유리문을 밀었다. 딸랑, 하는 귀여운 소리가 났다. 언제나처럼. 그래서 꿈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림자의 정체는 아까 본 미남 폭력배였다. 여전히 까만 정장. 까만 가죽 장갑. 발목까지 오는 까만 코트. 그는 창문에 등과 뒤통수를 기댄 채로... 자고 있었다.
딸랑, 하는 제법 큰 종소리에도, 유리문의 흔들림에도, 센도의 인기척에도 꿈쩍하지 않고. 좀 기다리면 만화처럼 알파벳 제트라도 코에서 뿜어낼 것처럼 깊은 숙면이었다. 센도는 서서 그렇게 잘 자는 사람은 처음 봤다. 여러모로 구경할 만한 광경이라 잠시 맘 놓고 관람해 보았다. 뒤통수를 기대느라 턱 끝이 들려서 살짝 벌어진 아랫입술 위로 가지런한 앞니 끝이 보일 듯 말 듯.
그야말로 저승의 문지기 같은 모습을 보며 센도는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다.
나름대로 지키고 있었던 건가...
아무래도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인 것 같다. 속으로 야쿠자, 폭력배, 그렇게 부르던 호칭을 보디가드로 바꿔줄까 싶다.
한참이 지나도록 자칭 보디가드인지 문지기인지는 머리카락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스스로 깨어나길 기다리다간 꽃시장 문 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센도는 과감하게 어깨를 붙잡았다. 저기요의 첫 자음이 나오기도 전에 턱. 하고 센도의 손목이 강하게 잡혔다. 센도는 저기요 대신
"아야..."
라고 말했다. 힘센 손아귀의 주인은 언제 자고 있었냐는 듯이 도끼눈을 뜨고 째려보다가. 센도의 조금 불쌍한 목소리를 듣더니 손에 힘을 풀어주었다. 너였냐.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코어 힘으로만 상체를 일으켜 바로 서면서 제 어깨를 툭툭 친다. 뭐 안 묻혔는데.
"가자. 꽃 사러."
길도 모르면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미남 폭력...아니 보디가드의 손목을 이번에는 센도가 붙잡았다.
"차 가져왔어요?"
보디가드가 고개를 젓는다. 두 눈에 아직도 졸음이 가득한 걸 보니 운전은 글렀다.
그래서 센도는 상가에 딸린 지정 주차선에 맞춰 예쁘게 대어 놓은 하얀 픽업트럭의 조수석에 미남 폭력배 보디가드를 태우고 달리게 되었다.
죽음 같은 정적 속의 드라이브였다...
짐칸에 실어 놓은 플라스틱 양동이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센도에게는 익숙한 배경음인데 조수석에 앉은 보디가드에게는 자장가였나보다. 신호가 멈출 때마다 흘낏 관찰해 본 결과로는 또 자고 있다. 눈은 진작 감겼고. 조그마한 머리통이 흔들린다. 어어 유리창에 박겠다. 아프지도 않은가... 센도는 계속 옆좌석을 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해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몸에 배어 있는 길을 따라 센도의 픽업트럭은 무사히 꽃시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익숙한 풀 향기가 센도의 코를 찔렀다. 언제고 센도를 흥분시킨다. 신이 난 센도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트렁크에서 초록색 손수레를 내리고 그 위에 차곡차곡 플라스틱 양동이를 쌓는다.
한편 조수석의 보디가드는 센도가 운전석 문을 쾅 닫는 소리에 움찔 깨어났다. 하품을 늘어져라 하고 느릿느릿 차에서 내린다. 고개를 외로 꼬고 쿨쿨 자다 일어난 보디가드의 하얀 뺨에는 안전벨트 눌린 자국이 은은하게 남아있다. 담배 하나 꺼내 물려는데 누가 탁 낚아챈다. 확 째려본다. 꽃집 애송이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눈빛이었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 아까와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초등학생한테 가르치듯이 손가락을 하나 세워 이마 바로 앞에서 흔들어댄다.
"여긴 흡연구역 없어요! 빨리 따라와요."
드르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손수레를 질질 끌고 지나쳐 간다. 눈이 번쩍번쩍... 갑작스럽게 마주한 맑은 눈의 광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조금 압도된 보디가드는 시끄러운 초록색 손수레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갔다.
밖에서는 회색빛 컨테이너로만 보이던 거대한 아케이드 속은 대낮처럼 밝았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시끄러웠다. 사방에서 바퀴가 구르는 소리, 호객과 흥정 소리, 박수를 치고 묵직한 짐을 던지고 신문지를 구기는 소리가 들렸다. 신문지가 거의 카펫처럼 깔려 있어 맨바닥이 안 보였다. 코를 찌르는 풀 냄새. 비릴 정도로 신선한 식물의 냄새를 이렇게 한꺼번에 맡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보디가드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바삐 오가는 사람들 속에 멍하니 서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꺼운 앞치마나 작업복이나 매우 편한 옷을 입고 신문지에 둘둘 싸인 색색깔의 무언가를 한아름 품에 안은 채 종종걸음으로 지나다녔다. 새까만 코트를 입은 보디가드만 그림자처럼 우뚝 솟아있었다.
"지나갈게요!"
머리 세 개는 더 작은 여자가 양팔에 길쭉한 나뭇가지 같은 것을 잔뜩 들고 큰 소리를 지르며 지나갔다. 보디가드는 기겁하면서 피했다. 하마터면 나뭇가지 끝에 눈이 찔릴 뻔했다. 씩씩하게 옆을 지나가던 여자는 별로 목소리를 죽이지도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어휴, 걸리적거려."
보디가드는 약간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아키라 플라워의 애송이 주인을 졸졸 따라다녔다. 다행히 누구보다 키가 커서 놓칠 일은 없었다.
골목에서와 달리 그는 전혀 위험에 처한 민간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공간의 주인 같았다. 자신감과 활기가 넘쳤고 망설임이 없었다. 신문지로 둘둘 싸인 거대한 꽃을 산처럼 쌓아 놓은, 죄다 똑같이 생긴 도매상 사이를 미궁의 설계자처럼 거침없이 쏘다녔다. 노란 꽃. 분홍 꽃. 빨간 꽃. 하얀 꽃. 보디가드의 눈에는 그저 다 꽃이었다. 이 세상의 꽃이 여기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모두 신문지를 이불처럼 둘둘 말고 얌전히 누워있었다. 꽃집 애송이가 잠들어 있는 듯한 그 꽃의 얼굴을 세심하게 살핀 뒤에 마음에 들면 주인을 불러 뭐라고 물어보더니 하나씩 둘씩 받아다가 손수레 위에 묘기처럼 쌓았다.
그걸 다 살펴보기도 전에 누군가 비켜비켜! 소리를 지르면서 보디가드를 거세게 치고 지나갔다...
길은 좁고 사람은 많았고 모두가 바빴다. 도저히 어디로 비켜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꽃집 주인이 뒤를 휙 돌아본다. 걱정 어린 표정.
"이봐요. 괜찮아요?"
괜찮아 보이냐? 보디가드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다. 가오 빠지니까.
침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꽃집 주인은 보디가드의 어깨를 다정하게 도닥이며 격려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와요!"
아니 안 괜찮다고.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꽃집 주인을 쫓아다녀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보디가드가 보기에도 그는 지금 과소비를 하고 있었다. 손수레가 꽉 찬 지는 오래됐고 이제 양동이에도 꽃을 꽉꽉 채워서 옆구리에 하나씩 낀 데다가 급기야는 보디가드한테까지 하나 들고 따라오라고 했다. 꽃 몇 송이 그거 별거라고. 흔쾌히 양동이를 집어 들었지만. 생각보다 무거웠다... 게다가 양이 끝도 없이 늘어났다...
관찰한바 꽃집 주인은 나름대로 신중한 쇼핑을 하는 것 같긴 했다. 한 번 본 가게에서 바로 산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단 맨 처음에 손수레를 드르르륵 끌고 가는 나비처럼 사뿐사뿐 한 바퀴를 다 돌면서 어떤 물건이 있는지 싹 체크했다. 관심이 가는 건 이미 그때 가격을 다 물어서 비교해 놓고 제일 저렴한 데서 샀다. 잘 아는 도매상도 한두 명이 아닌 듯했고 다들 반갑게 이름을 부르거나, 좀 시들시들하다면서 덤을 한 단 더 주거나, 주문한 적 없는 이파리 같은 걸 끼워 주거나, 안 꺼내고 남겨 놓은 좋은 게 있다면서 따로 불러다 보여줬다. 꽃집 애송이는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활짝 웃으면서 욕심껏 전부 챙겼다.
그러니까 손이 부족하지! 보디가드는 속으로 욕을 하면서 눈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꽉 찬 양동이를 안고 낑낑대며 걸었다. 품 안에서 끝없이 피어오르는 꽃향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혼자 왔으면 이걸 다 어떻게 들고 가려고 했는지 의문이다. 혹시... 처음부터 나를 짐꾼으로 쓸 생각으로...? (보디가드를 자처한 건 본인이었다는 사실은 고된 노동 탓에 잊고 있었다.)
혼돈이 끝났다. 삐죽 솟은 뒤통수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한 주차장이었다. 손이 가벼워지더니 눈앞에서 신문지 더미가 사라진다. 꽃집 애송이가 양동이를 받아 갔다. 다소 미안하다는 듯이 눈썹을 팔자로 내리면서 트럭에 신나게 전리품을 싣는다.
"미안. 무거웠지? 들어 준 덕분에 너무 많이 산 것 같네."
왜 반말이지?
"근데 좋은 게 너무 많았어. 요새는 수입 튤립이 진짜 잘 나오네. 사탕 껍질처럼 색깔도 좋고 화형도 크고... 지금이 제일 싸니까 예쁜 걸 보면 참을 수가 없어서... 프리지아도 끝물인 걸 감안하면 완전 괜찮고 다들 넘기고 싶어 하니까 덤으로도 많이 주고..."
신나게 종알거린다. 말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보디가드는 갑자기 잠이 쏟아지는 걸 느꼈다. 피곤해. 뭐라고 떠들거나 말거나 조수석 문으로 가서 창문에 머리를 박고 기다린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다 실었나 보다. 꽃집 애송이가 부하처럼 문을 열어 준다. 익숙하게 들어가서 앉았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문은 닫히지 않았다. 갑자기 신문지에 싸인 꽃 더미가 쑥 들어온다. 축축한 가지 끝에서 떨어진 물이 정장 바지를 더럽혔다. 인상을 쓰고 째려봐줬더니 또 미안하다는 듯이 웃는다.
"자리가 없어서... 이거 열 단만 들어 줘."
이 자식 이제 안 쫄아. 오늘 가장 큰 한숨이 나왔다.
센도는 조수석에 보라색 프리지아 열 단에 둘러싸인 새까만 남자를 싣고 달린다.
죽음 같은 정적 속에 프리지아 향이 구석구석 스며든다.
폐부까지 물들이는 듯한 진한 향기가 차 전체를 지배한다. 코가 금방 마비될 법도 한데 프리지아는 이상하게도 잔향이 오래 간다. 귀한 보라색 꽃을 싸게 잘 구했다. 오밀조밀 줄기를 따라 나란히 달려 있는 꽃망울 중 아직 구 할은 동그랗게 다물려 있다. 하룻밤만 지나도 하나둘씩 피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더 진한 향기를 풍긴다.
한바탕 아드레날린이 휩쓸고 지나간 뒤 센도는 침착함을 되찾았다. 사입은 너무 재밌다. 대략 철은 알지만, 그렇다고 어떤 모양의, 크기의, 색깔의 꽃을 만나게 될지는 그날의 꽃 시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센도는 언제나 대체로는 머릿속에 계획이 있지만, 그보다 많이 사 버리곤 했다. 뭐, 그만큼 창의력이 자극되면 좋은 거겠지. 아닌가?
특히나 오늘은... 손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흥분한 것 같다. 센도는 올 때처럼 조수석을 끊임없이 힐끔거렸다. 신문지와 프리지아 틈바구니로 언뜻언뜻 보이는 보디가드는 지금도 자고 있는 모양이다. 굉장히 불편한 자세일 텐데. 올 때와 달리 얌전히 무릎을 모으고, 품에는 보랏빛 프리지아 열 단을 가득 안고, 화형이 뭉개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양팔을 펼친 채 고개를 불편하게 꺾고 있다. 대부분의 공간은 꽃이 차지했다. 거의 낑겨 가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보디가드가 아니고 조수다.
"전방 주시."
보디가드가 갑자기 말했다. 센도는 잘라 둔 꽃이 목소리를 낸 것처럼 내심 깜짝 놀랐다. 올 때는 내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 조수, 굉장히 조용한데 잘 놀래키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침착한 척 대꾸해 본다.
"안 자네."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센도는 괜히 목을 좀 가다듬고. 말을 더 걸어 보았다.
"몇 살이야?"
은근슬쩍 센도도 말을 놓는다. 아. 아까부터 놓았던가? 그냥. 저쪽이 계속 반말하니까. 왠지 이편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았다. 보디가드는 여전히 눈도 안 뜬 채로 자칫하면 엔진 소리에 묻힐 듯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열일곱 살."
"에엑?"
센도는 이번에야말로 깜짝 놀라서 조수석을 홱 돌아보았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머리를 삐딱하게 꼬고 있는 보디가드의 입꼬리가 움찔거린다. 앳되어 보이긴 하지만 열일곱? 진짜로? 한참을 쳐다보느라 출발하지 않다가 뒤차로부터 경적을 먹었다. 아이고. 센도는 허겁지겁 출발하면서도 한쪽 눈으로 곁눈질을 멈출 수 없었다.
"전방 주시."
조수석의 보디가드가 투덜거린다. 센도는 한참 동안 프리지아 꽃 사이로 하얀 얼굴 구석구석을 뜯어 보았다. 동그란 볼살. 어려 보인다. 날카로운 턱선. 그렇게까지 어려 보이진 않는다... 고심 끝에 센도가 물었다.
"거짓말이지?"
보디가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세 번 끄덕거렸다. 입술 끝이 또 한 번, 이번엔 아까보다 조금 길게, 누가 꾹 밟은 지렁이처럼 움찔거린다. 이 자식... 센도는 어이가 없어서 하, 웃었다.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깡패에게 이런 말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분부대로 전방을 주시하며 센도가 경쾌하게 물었다.
"진짜는 몇 살이야?"
"스무 살."
"그것도 거짓말이네."
이번엔 짧게 코로 소리 내어 웃었다. 센도는 긍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니까 조수석의 살벌한 미남 폭력배 보디가드는 스무 살 보다는 많고 센도보다는 어리다. 후자의 정보는 확인한 바 없지만 왠지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름은 뭐야?"
대답이 없다.
"나는 센..."
"센도. 아키라."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던 센도의 목소리에 낮고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툭툭 끊어져 겹친다. 정확히 자신이 말하려던 음절과 같다. 깜짝 놀란 센도가 돌아보려는 순간, 신호등이 빨갛게 바뀌었다. 급브레이크! 센도는 정지선을 한참 지나갔다. 새벽이라 다행이지. 위험했다. 조수석의 보디가드가 조심조심 프리지아 단 사이를 헤치고 창문 위쪽 손잡이를 잡으면서 투덜거린다.
"야쿠자한테 보복당하기 전에 교통사고로 죽겠는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보디가드의 왼손가락 사이에 꽂힌 센도의 면허증이 눈에 들어왔다. 손바닥에 쥔 건 센도의 지갑. 무심코 짚어 본 점퍼 주머니가 텅 비어 있다. 와. 기술 장난 아닌데. 황당 이전에 감탄부터 나왔다. 센도는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언제 가져갔어? 전혀 몰랐네."
"영업 비밀."
보디가드는 왠지 우쭐해 보였다. 이거 봐. 나보다 어린 게 분명해.
"이름도 영업 비밀이야?"
"알려줄 테니까 운전 똑바로 해."
"알았어, 알았어."
살살 비위를 맞춰 주면 그렇게 불편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으로 센도는 달래듯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더 이상 불퉁거릴 핑계가 없어진 보디가드는 조용해졌다. 센도는 인내심을 가지고 답변을 기다렸다.
거의 잠들 듯이 꺼져가는 목소리가 보라색 프리지아 꽃봉오리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루카와... 카에데."
그리고 죽음 같은 정적.
센도는 전방을 주시했다. 가로등이 이전만큼 밝지 않았다. 새카만 밤거리가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창 너머에서 달려들어 차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밤거리를 향해 센도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루카와 카에데."
예쁜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