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신스 5
불면의이쑤신
센도가 배달로 자리를 비웠을 때도 루카와는 아키라 플라워의 문 앞을 지켰다.
기골장대한 남성과 커다란 꽃다발을 태운 핑크색 스쿠터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기다렸다는 듯이 낯익은 이가 '안쪽' 골목에서 걸어 나와 루카와의 앞에 섰다. 낮에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니 그냥 얼굴 자체가 오랜만인가.
루카와는 묵묵히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곧 라이터 불이 다가온다. 상대방 역시 담배를 하나 붙였다. 비슷한 순간에 첫 모금을 뱉을 때까지 누구도 말이 없었다.
상대방이 먼저 항복했다. 그는 언제고 인내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곱슬머리 옆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고 벅벅 긁는다. 짝눈썹이 더 심하게 일그러졌다.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너."
루카와가 어깨를 으쓱했다.
"약속했어요."
"뭔 놈의 약속. 또 경호 어쩌고저쩌고하기만 해라."
"보복이 올 수도 있으니까..."
"너 진짜 몰라서 그래?"
발끝을 방정맞게 떨던 그가 담배꽁초를 내팽개치고 화풀이하듯 콱 밟았다.
"네가 여기 있으니까 위험한 거잖아!"
루카와는 그의 발끝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그가 새로운 담배를 꺼내기 위해 몸의 중심을 이동한 순간에, 허리를 숙여, 구두 아래에서 방금 버린 담배꽁초를 꺼냈다. 주먹 속에 담배꽁초를 꾹 쥐는 루카와를 외계인처럼 쳐다보던 상대방이 꺼내던 담배를 떨궜다. 아이씨 내 돛대. 욕을 하는 상대에게 루카와가 자기 담배를 내밀었다. 신경질적으로 가져가 불을 붙인 상대방의 이마에 시퍼런 힘줄이 튀어나와 있었다.
"아무튼. 너무 오래 시간 끌지 마. 진짜로. 이거 역효과야."
"지금까진 그냥 두셨잖아요."
"지금까진 너 숨으라고 그런 거야. 이제 충분해. 붙을 거면 붙고. 아니면 통상 영업해야지. 남의 영업 그만 방해하고."
방해한 거 아닌데. 루카와는 그 말은 굳이 내뱉지 않았다. 그건 아키라 플라워의 주인에게나 의미 있는 말이었다. 들을 사람이 없는 말을 꺼내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어쨌든 선배도 다 걱정 때문에 찾아온 거겠지. 루카와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까딱 숙였다.
"알겠습니다. 캡틴."
"말은 잘해요, 말은."
선배가 손을 뻗어 자신보다 키가 훨씬 큰 루카와의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쓰다듬었다. 루카와는 얌전히 있었다. 간다는 말도 없이 선배는 휙 사라졌다. 루카와는 그 뒷모습을 쳐다보진 않았다. 그냥 뒤돌아서 담배를 한 대 더 피웠다. 유리창 안쪽의 히아신스 화분을 바라본다. 늘 감시하듯 구석구석 쏘아보던 거리 대신에.
숨을 한 번 내쉬면 하얀 연기가 유리창을 뿌옇게 가린다. 히아신스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목이 말랐다.
루카와가 휴가를 요구했다.
센도는 조금 놀랐다. 루카와가 휴가를 원한다는 사실보다 정말로 종업원 같은 요구를 했다는 점에. 월급이라도 줘야 하는 건가? 사실 루카와가 지금까지 벌어다 준 돈만 해도 루카와가 끼친 피해를 훨씬 상회한다. 계산 밝은 센도는 굳이 그 사실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며칠?"
"몰라."
센도가 깜짝 놀라 눈썹을 이마 쪽으로 들어 올렸다.
"무기한 휴가?"
"그런 건 아니고..."
루카와가 머리칼 속에 손을 집어넣어 털어댄다. 초조한 모습은 처음이다. 센도는 또 조금 놀랐다.
"한참 지켜봤는데. 수상한 놈이나 미행 같은 건 없어서. 잠깐은 괜찮을 거야. 계속 비우진 않을게."
말투는 느렸지만 막힘이 없었다. 오래 생각하고 꺼낸 이야기 같았고 거짓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루카와가 센도를 바라보지 않고 말하는 것만 조금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사소한 일이다. 최근에 좀 달라졌을 뿐이지 루카와는 원래 눈을 잘 맞추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세히 알면 다치는 어떤 야쿠자 사정인지도 모르지. 센도는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 다녀 와. 무기한 휴가."
안심하라는 뜻에서 상쾌한 미소를 지어줬더니 이번에는 시선이 맞았다. 하지만 까만 눈동자 속에 안도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실은 감정을 별로 읽을 수 없었다. 루카와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센도는 자신 같은 소시민이 야쿠자를 걱정하는 것도 좀 웃기는 일이라고 애써 상기했다.
루카와가 없는 하루는 어색했다.
기묘한 일이었다. 루카와가 센도의 일상에 자칭 보디가드로 침입한 지 한 계절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센도가 몇 년을 쌓아 온 이전의 평범한 하루하루가, 남들과 조금 어긋났을지언정 대단히 규칙적이었던 반복적인 습관이, 거의 평생을 당연하게 여겨 온 완전한 혼자의 삶이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아주 기묘한 감각이었다. 기실 센도가 잃은 것은 거의 없었다. 새벽 시장은 여전히 다양한 꽃으로 가득했고, 사입량이 늘어난 센도는 이전보다도 더 도매상의 사랑을 받았다. 짐칸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의 꽃도 텅 빈 조수석을 가득 채우면 충분했다. 조금만 더 돈을 모으면 아예 새 트럭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센도에게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무언가를 놔두고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가게에도 꽃 시장에도 놔두고 온 건 없었다.
루카와 덕분에 늘어난 손님들은 그대로였다. 제법 아는 척을 시작한 새 단골들이 ‘나이키 총각’ 어디 갔냐고 루카와를 찾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대체로 센도만으로도 만족했다. 아키라 플라워는 이전과 달리 붐볐다. 접객 틈바구니에서 밀린 주문 전화까지 소화하다 보면 눈코 뜰 새 없었다. 시간적으로 공백을 느낄 틈이 안 났다.
그럼에도 센도는 고개도 쳐들지 않고 가끔씩 루카와를 부르려다 멈칫하곤 했다. 피크로 바쁜 때엔 손 하나가 정말 아쉽구나. 센도는 루카와가 얼마나 훌륭한 조수였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5월 골든위크 대목 때까진 돌아오겠지? 월급을 줄 걸 그랬다는 생각마저 했다. 제대로 된 계산 결과는 아니었다. 사실 혼자서도 집중하면 못 할 것까진 없었다. 래도 센도의 마음이 그랬다.
예전보다 훨씬 시끄러워진 가게 안에서도 센도는 무언가 소리의 공백을 느꼈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사실 틀린 감각이라고 해야 옳다. 사라진 건 루카와밖에 없고, 루카와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기묘한 건 그거였다. 정신없는 하루를 마치고. 혼자 사는 방에 돌아갔을 때. 대충 저녁을 챙겨 먹고. 씻고. 자려고 누웠을 때. 센도는 새삼스럽게도 자신의 방이 너무나 조용하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 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야말로 센도의 일상에서 유일하게 달라지지 않은 것들이었다. 달라진 건 루카와의 부재뿐인데, 루카와는 이 방에 들어와 본 적도 없다. 센도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감각을 따라갈 수 없는 느낌은 정말이지 기묘했다.
사흘이 지났을 때 센도는 루카와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얼굴을 내밀고 별일 없다는 말이라도 하고 갈 줄 알았다.
누군가 찾아오기 좋은 날이었다. 그날따라 거리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고요한 아침 시간. 새벽 시장에서 사입한 걸 일찌감치 처리하고, 잠시 잠들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센도는 조금도 졸리지 않았다.
밝아오는 거리에는 단골들도 불량소녀도 지나가는 할머니도 보이지 않았다. 저녁 장사만 하는 옆집 식당들은 아직 열기는커녕 재료 준비하러 나오지도 않은 애매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센도는 조금 먼 곳으로 배달을 떠났다.
돌아오는 동선이 고민됐다. '안쪽'을 살짝만 걸치면 훨씬 빠르고 완전히 큰길로 돌자면 출근길 정체에 딱 걸릴 것 같았다. 센도는 생각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이라면... 밤의 거리는 자는 시간 아닌가?
아침잠이 많아 오전을 통으로 날리던 누군가가 떠올랐다. 혹시 누군가를 만난다면 아는 사람이길 바랐다. 어쩌면 출근길일지도 모른다. 스쳐 지나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센도는 재빨리 지나가기로 했다. 스쿠터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센도의 예상은 전부 틀렸다.
작정하고 습격하면 간신히 자전거 정도의 속도를 내는 낡은 스쿠터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괴한은 놀랍게도 달리는 스쿠터의 뒷바퀴부터 터뜨렸다. 누가 자신을 노리는 줄도 몰랐던 센도는 순식간에 더러운 길바닥에 스쿠터와 함께 나동그라졌다. 속도가 나지 않아서 오히려 큰 부상은 없었다.
센도는 벌떡 일어나 무작정 큰길 방향으로 몸을 던지듯 달리기 시작했다.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생존 본능 외의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그런데 발목이 자꾸 처진다. 발목이 아니라 발등인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센도는 자꾸 고꾸라졌다.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물리적인 위협이 피부로 인지된다. 센도는 아무런 계획 없이 가진 주머니를 뒤졌다. 작업복 앞치마에 뭔가 잡혔다. 센도는 바닥에 넘어진 채로 뒤로 돌며 그걸 있는 힘껏 앞으로 내밀었다.
새빨간 피가 눈앞에 튀어 올랐다.
"센도!"
모르는 얼굴이 사라진 자리에 아는 얼굴이 있다.
"센도!"
아, 이 목소리가 그리웠던 거구나. 센도는 루카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깨달았다.
묵직했던 손이 가벼워졌다. 루카와는 형편없이 떨리는 센도의 손아귀에 꾹 붙들린 꽃가위를 힘주어 빼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새하얀 와이셔츠 자락을 엉망으로 잡아당겨 센도의 손을 닦아낸다. 허겁지겁 재킷을 벗는다. 안감의 실크로 센도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문지른다. 검게 빛나는 부드러운 수트 안감이 더 검게 얼룩진다. 피비린내가 난다. 꽃향기와 가장 먼 냄새.
"센도."
루카와가 센도의 양 뺨에 손을 가져가다 멈췄다. 어느 정도 깨끗해진 센도의 얼굴과 달리 이제 루카와의 손이 피투성이였다.
루카와는 잠시 생각하다 이마를 마주 대었다. 센도의 코가 시작되는 부분에 루카와의 이마에서 가장 동그란 부분이 꼭 맞닿았다. 약간 아래에서 똑바로 마주해오는 검은 눈동자. 센도는 타오르는 눈동자에 압도된다. 멈춘 줄 알았던 심장이 두근거린다. 묘하게도 진정된다.
"뒤돌아서 뛰어."
센도는 혼신의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눈을 깜빡이는 게 고작이었다. 루카와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자신이 대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속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그때 루카와의 까만 눈동자에 물드는. 기묘하고 다양한 빛깔이. 색도 온도도 깊이도 짐작할 수 없는 감정이. 센도는.
"미안해."
싫었다.
그래도 약속했으니까. 센도는 루카와를 따라 속입술을 꼭 물었다. 피 맛이 날 때까지 턱에 힘을 풀지 않았다. 말을 듣지 않는 다리를 다그쳐 루카와가 어깨를 붙잡고 휙 돌려준 방향으로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루카와는 엉망으로 절뚝이며 멀어지는 센도의 뒷모습이 큰길 가로 나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보았다. 복부를 찔렸으나 급소는 피한 덩치는 어딘가 익숙했다. 그때 센도에게 던졌던 녀석 중 하나인가. 바닥을 긁듯이 어딘가를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간다. 아. 휴대폰을 흘렸구나.
어쩔 수 없다. 루카와는 센도에게서 빼앗은 꽃가위를 손바닥으로 고쳐잡았다. 죽이는 건 처음이지만.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센도를 위해서가 나았다.
루카와는 망설임 없이 바닥에 엎드린 희생양의 경추에 가윗날을 꽂았다.
솟구친 피가 루카와의 전면 전신을 새빨갛게 칠했다. 루카와는 잠시 눈을 감고 이만큼 빨간 꽃의 이름을 몇 가지 떠올렸다. 장미. 아네모네. 튤립. 철쭉. 달리아. 베르가못.
다시 눈을 떴을 때 꽃잎은 아무데도 없었다. 루카와는 조용히 꽃가위 손잡이에 입 맞추었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캡틴. 저 사고 쳤어요."
다시 만날 수 없을 새파란 꽃의 이름을 떠올린다.
돌핀... 델피늄.
센도는 큰길 가로 나오자마자 무릎부터 바닥에 쓰러졌다. 길 가던 행인들이 구급차를 불러줬다. 어쩌다 이랬냐고 구조대원이 묻는데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스쿠터 사고밖에 없었다. 수술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언제 걸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 답 없는 환자에게 의사들은 셋부터 거꾸로 세라고만 말했고 그렇게 전신마취에 빠졌다. 눈을 떴을 때는 발목에 철심이 박혀 있었다. 발등뼈가 부러졌단다. 근데 왜 발목에 철심을 박지? 의학은 알쏭달쏭했다.
그래서 언제 걸을 수 있지? 센도는 초조했다. 가게 때문이 아니었다. 루카와를 두고 온 곳에 다시 가야 했다. 괜찮은지 확인해야 했다. 뭐가 미안하냐고 따져야 했다. 지금 당장 얼굴을 봐야 했다.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입원 이틀 차에 센도는 뉴스에서 루카와를 보았다.
정확히는 루카와로 추정되는 살인 용의자였다. 새카만 야구 모자와 마스크로 다 가려진 작은 얼굴 중 그나마 드러난 눈가조차 모자이크였음에도 센도는 그게 루카와라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사건 현장에 노란 테이프를 두르는 경찰들의 영상 구석에서 나동그라진 자신의 스쿠터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 스쿠터와 범죄를 연관 짓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낡은 핑크 스쿠터는 처음부터 그 거리에 그렇게 나뒹굴고 있던 마냥 얌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용의자 R 씨(25)는 인근 야쿠자의 젊은 간부 중 한 명으로 최근 마찰이 잦았던 다른 파벌에 노려졌다가 역으로 복수를 꾀한 끝에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는 밝혔다. 그러나 R 씨 변호인 측은 피해자의 선제공격에 따른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어 진위가 주목된다고. 이러한 극단적인 폭력 사태조차 일 대 일로 나타나는 양상이 기존 야쿠자들의 '항쟁'과는 사뭇 달라, 스마트폰과 개인주의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로 인해 야쿠자 특유의 범죄 문화조차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다소 엉뚱한 결론이었다.
주요 형사사건으로 보도된 만큼 루카와의 재판 일정은 공개되었다. 하지만 센도는 그 일시를 모두 찾아보고도 한 번도 법원에 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갈 수 없었다. 누명을 쓴 무고한 사람이 자신이 짓지 않은 죄로 재판받는 현장에 진짜 범인이 발을 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적어도 센도에게 그 정도 배짱은 없었다. 센도는 두려웠다. 또 수치스러웠다. 판사를 마주한 루카와의 동그란 뒤통수를 보는 순간 벌떡 일어나서 실은 제가 한 짓이었다고 외칠까 봐. 그보다 더 두려운 건 차마 그러지 못할까 봐.
루카와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만날 낯이 없었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간은 부지런히 흘렀다. 매스컴은 진작에 다른 엽기적인 사건으로 눈을 돌렸다. 신세대 야쿠자의 살인 용의 사건은 완전히 잊혔다.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어디선가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인간은 기념하고 감사하며 축하한다. 꽃집의 일 년 벌이를 책임지는 골든위크와 가정의 달. 센도는 꽃 시장의 카네이션을 쓸어 담아 밤을 새며 꽃다발과 꽃바구니와 핀 배지를 만들어 팔았다. 그간 꾸준히 쌓여 온 단골 네트워크 덕분에 근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도 단체 주문이 있었다. 마감이 야무지고 컬러 센스가 좋은 핸드메이드 리본 타이 다발이 특히 반응이 좋았다. 센도의 까칠한 얼굴은 과로 탓일 거라고 모두 짐작하여 위로했다. 그래도 수입은 짭짤하지? 노력한 만큼 복 받을 거야. 센도는 억지로 뺨을 올렸지만 근사하게 웃지는 못했다.
루카와의 정당방위 주장은 인정받지 못했다. 결정적인 사인이 뒤에서 찌른 자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믿을 만한 정황이 충분하며 보복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의 우발적 살인임을 고려하고 기타 마약 범죄와 관련한 중요 참고인으로서 증언을 사법 거래한 점을 참작해 징역 5년 형이 내려졌다. 검찰은 항고하지 않았다.
한여름은 비수기다. 해바라기가 예쁜 시절이지만 센도는 새벽 꽃 시장에 나가지 않았다. 루카와의 형이 확정 선고된 이후로 쭉.
도매상인들은 센도가 어디 아프거나 심지어 죽은 거 아닌지 걱정하며 연락을 해 왔다. 아프다고 해야 하나? 센도가 고민하는 동안 붙임성 좋은 상인들은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며 더위에 며칠 쉬고 보약이라도 먹으라는 덕담을 건넸다. 센도는 웃는 소리를 꾸며서 예의 바른 감사로 답했다.
그러나 아키라 플라워의 문은 잠겨있었다. 늘 반짝반짝 투명하게 빛나던 전면 유리창에 블라인드가 내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센도는 히아신스 구근을 키웠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그늘에서 키우면 여름에도 싹이 움트고 꽃망울이 맺혔다. 구근이 가진 생명의 힘은 꾸준히 돌봐주면 계절도 잊는다.
센도는 시간을 잊고 두문불출하며 히아신스 구근을 길렀다. 하얀 뿌리가 물속으로 뻗는 자유분방한 각도와 거친 껍질을 가르고 매끄러운 머리를 디미는 새순의 느리고 끈질긴 에너지를 지켜보았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밖에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누군가 유리문을 노크했다. 연락도 없이 직접 문을 두드릴 만한 사람은 단골이나 옆집뿐. 센도는 블라인드 사이로 눈만 빼꼼히 동태를 살폈다. 모르는 남자였다. 작은 키, 선글라스, 곱슬머리, 하와이안 셔츠, 금목걸이. 양쪽 팔을 뒤덮은 화려한 문신.
센도는 유리문에 달려들어 쏟아지듯 밖으로 튀어 나갔다. 모르는 남자는 눈썹 하나를 들어 올린 띠꺼운 표정으로 센도를 실컷 째려보다가 명함 두 개를 건넸다. 주식회사 쇼호쿠 무역이 적혀 있는 명함에는 각각 이런 이름이 쓰여 있었다.
미야기 료타. 루카와 카에데.
루카와의 명함에는 사서함 주소가 하나 적혀 있었다. 형사 범죄 교정시설 앞이었다.
황급히 고개를 들었을 때 남자의 모습은 없었다.
센도는 그 주소로 매주 소포 한 상자를 보냈다.
수감번호 7101 루카와 카에데는 매주 같은 소포를 받는다. 상자 내부는 비행기 화물 선적팀이 집어던져도 내용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여백을 막은 형태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오아시스 폼을 사용해 완벽하게 물 처리 된 히아신스 한 송이가 들어있었다. 물을 빨아들인 만큼만 꼭 한 스푼 하늘색으로 물든 청초한 빛깔의 별 모양 겹꽃.
루카와는 그 꽃의 꽃말을 기억한다.
미안합니다.
루카와는 매주 입술을 꼭 다물고 딱 두 단어의 답장을 써서 같은 주소로 보냈다.
아키라 플라워의 주인 센도 아키라는 매주 같은 편지를 받는다. 형사범죄 교정시설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열면 아무 장식 없는 거친 재생지에 적당한 크기의 글자로 딱 두 단어만 적혀 있었다.
노란 카네이션.
센도는 그 꽃의 꽃말을 가르쳐 준 걸 기억한다.
루카와, 5월은 카네이션의 계절인 거 알지. 요즘은 수입산으로 색깔도 무늬도 크기도 얼마나 다양한지 몰라. 그런데 같은 꽃도 색에 따라 꽃말이 다르기도 하니까 혹시 그런 거 신경 쓰는 손님이 오면 주의해야 해. 차라리 미리 알려주는 게 나을 수도 있고. 요즘은 다 검색하면 나오니까 괜히 기분 나쁠 수도 있거든. 제일 흔한 건 이렇게 세 가지. 빨강은 존경, 분홍은 고백, 그리고 노랑은.
거절.
그럼에도 센도는 거친 재생지 위에 꾹꾹 눌러쓴 거절이 담긴 두 단어를 언제나 손끝으로 톡. 톡. 두들겨보았다. 무언가를 전하려는 사람처럼. 또는 기억하려는 사람처럼. 또는 마른 땅에 꿈인 듯 흩뿌린 몇 방울의 봄비처럼.
센도는 다시 가게를 열기 시작했다. 철 따라 수많은 꽃이 아키라 플라워를 채우고 또 비워져 갔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히아신스 구근만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센도의 꾸준함은 용케 한겨울에도 꽃을 보고야 말았다. 아예 하우스를 하나 짓고도 남을 정성이었다. 매주 한 송이씩 어김없이 같은 형사 범죄 교정시설 사서함 앞으로 보냈다.
돌아오는 답장은 늘 같았다. 센도는 두 단어가 적힌 갱지를 작업대 옆 코르크 패널에 압정으로 꾹 눌러 놓았다. 아키라 플라워 어디서든 눈을 들면 보이는 자리였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거절을 볼 때마다 처음엔 센도의 가슴에 상처가 생겼다.
그게 아물어 갈 때쯤에는 어떤 의문이 생겼다.
되돌아온 거절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다음 수로는 무얼 내밀어야 할까?
143송이째 히아신스가 배달되었을 때 수감번호 7101 루카와 카에데의 두 번째 가석방 심사가 가결되었다.
가석방일. 침대를 정리한 루카와의 소지품은 별로 없었다. 소포라고는 말라비틀어져 썩어 없어질 꽃 한 송이만 주구장창 받았으니까.
루카와는 그걸 버릴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조그마한 벽돌로 빚은 원뿔 같은 히아신스 겹꽃 중에 딱 한 송이만, 별 모양의 꽃 하나만을 떼어내서 갖고 있는 유일한 책 사이사이에 넣었다. 세례받으면 간식 준다고 꼬시는 신부님 따라가서 받아 온 구약성경 책이었다. 그 한 송이만큼은 살짝 투명한 예쁜 갈색으로 얇은 성경 종이에 스며든 채 말랐다. 가석방 날엔 대충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그걸 볼 수 있었다. 루카와는 만족했다. 지금까지 받았던 게 책 한 권에 다 들어간 셈이다.
간직을 택하긴 했어도 사실 그다지 기꺼운 소포는 아니었다. 센도의 마음인데도 그랬다.
루카와는 센도가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고집스럽게 사과를 거절했다.
계절의 순환이 아주 느리게 지나가는 감옥에서 죽도록 심심한 시간을 미칠 정도로 오래 보낸 끝에 루카와는 자신이 원하는 센도의 마음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과. 절대로 싫다. 감사.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좋다. 존경. 기분은 좋지만 그것과는 좀 다르다.
루카와를 존경하게 된 건 오히려 쇼호쿠 무역이라는 이름의 멀쩡한 회사인 척하는 야쿠자 조직의 선배, 동기, 후배들이었다. 원래 고 사인만 나면 적진 한가운데고 다대일 린치고 뭐고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돌격대장이긴 했지만. 다른 파에 붙어 쇼호쿠 무역에 지들 마약 범죄를 뒤집어 씌우려 든 공사의 핵심 키가 되어버린 배신자를 단칼에 처리하다니. 그것도 백주대낮에.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한참 선배들도 그런 살벌한 방법은 피하는 추세였다. 신세대는 무서워.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 명의 희생양이 다소 과감하게 (또는 과격하게) 나서 준 결과, 쇼호쿠 입장에서는 최선 그 이상을 얻었다. 배신자는 처단됐다. 라이벌의 마약 범죄 정황과 증거는 사법 당국에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갔다. 그 대가로 희생양은 감형을 얻었다. 그때부턴 모범수로 가석방 기회를 얼마나 따느냐의 싸움이다. 바깥에선 탄원서와 로비로 지원사격을 날렸다.
라이벌 조직과 배신자로서는 가장 두려워하던 결과다. 이런 작전이라고도 할 수 없는 단순 무식한 짓을 깔끔하게 성공시킬 수 있는 놈은 쇼호쿠에도 루카와 정도뿐이다. 아마 그래서 그쪽에서도 예전부터 루카와 하나를 집요하게 노렸을 것이다. 전부 두들겨 맞고 끝났지만.
센도가 휘말린 건 아마 자신의 약점을 잡기 위한 납치였을 거라고 루카와는 짐작했다. 물론 진실은 알 수 없었다. 수사 과정에서 센도의 존재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오직 루카와만이 현장에 센도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루카와는 조직과 변호인단에도 침묵했다. 흉기는 길에서 주웠다고 진술했다. 그 펜치가 제일 날카로워 보이길래. 가위? 펜치 아닌가? 어쨌든 간에.
센도가 다친 건 루카와의 유일한 실책이다. 루카와는 그것만으로도 실격패라고 생각했다. 미안한 건 루카와다. 센도의 얼굴을 다시 볼 자격이 없는 것도. 그 죗값을 치른다고 생각하면 감옥 생활도 그럭저럭 납득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사과도 감사도 존경도 아닌 다른 마음으로 보답받고 싶은 마음도. 모두 진짜였다.
교정시설의 높은 담벼락 끝, 마지막 문이 열렸다.
눈부신 하늘 때문에 조금 눈썹을 찡그린 채로 루카와는 눈을 감았다.
그건 어떤 마음이냐면.
루카와는 언제든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던 어떤 순간을 떠올렸다.
매일 아침 센도가 반짝반짝 닦아 놓은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투과하는 봄 햇살이 센도의 커다랗고 섬세한 손가락에 얽힌 작은 물조리개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비출 때.
보석처럼 반짝반짝 떨어지는 물방울이 흙투성이 센도의 손가락을 조금 적실 때.
화분의 흙이 촉촉이 젖어 드는 바로 그때. 더없이 집중한 센도의 눈동자에서도 떨어지던 무언가.
루카와는 바로 그것을 원했다.
그늘이 루카와의 눈꺼풀 위에서 눈부심을 가져갔다. 누가 양산이라도 들고 마중 나왔나. 시원해진 기분에 루카와는 눈을 떴다.
가장 그리웠던 얼굴이 있었다.
한아름의 새빨간 튤립 꽃다발을 불쑥 내미는 센도의 눈에서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그 무언가.
햇빛을 반사하지 않아도 빛나는 듯한 무언가. 햇빛도 물도 아닌데도 식물을 키우고 꽃 피우는 무언가. 만질 수 있다면 아마도 부드럽거나 따스하거나 말랑할 것 같은 그 무언가.
루카와의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센도는 그것만으로 체크메이트를 직감했다.
루카와는 센도가 내민 꽃다발을 양팔 가득 껴안았다. 온몸으로 꽃을 껴안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튤립을 껴안은 루카와를 센도가 껴안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껏 껴안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다헹이다. 루카와가 빨간 튤립의 꽃말을 기억해서.
센도는 루카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3년 전에 살던 다 쓰러져 가는 방 한 칸이 아니었다. 센도는 그간 모은 돈으로 훨씬 집다운 집을 계약했다. 치안 좋은 동네에 교통은 좀 별로지만 안전설비가 최신이고 넓은 욕실과 거실과 방 두 개를 갖췄다. 처음부터 루카와를 데려올 생각으로 찾아낸 집이었다.
센도와 루카와는 한동안 서로를 꼭 껴안은 채 고요히 숨 쉬다 깜빡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 서로의 얼굴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두 사람은 지난 3년간 잃어버렸던 깊은 안심을 느꼈다.
그다음부터는 손이 나갔다. 센도도 루카와도. 떨어져 있는 동안 만져보고 싶었던, 직접 피부로 확인하고 싶었던, 살아있다고 느끼고 싶었던 모든 곳에 손대고 입 맞추었다. 센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한 적 없었던 루카와의 알몸이 예상외로 흥분될 만큼 아름답다는 사실에 놀랐다. 검은 강과 붉은 단풍으로 뒤덮인 등 근육이 치열하게 꿀렁일 때마다 목 안쪽이 뜨거워졌다. 루카와는 센도의 손길을 몸으로 느끼며 꽃을 다듬을 때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훑어 내리면서도 부드럽고 꼼꼼했다.
바로 다음 날.
조직 동료들과 가석방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루카와는 은퇴를 선언했다. 형무소가 제안한 가석방의 조건이자 루카와가 원하는 바이기도 했다.
조직의 반응은 덤덤했다. 손가락 발가락 썰어내는 구시대의 이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요즘 같은 복지사회에 웬만큼 팔자가 꼬인 게 아니라면 야쿠자가 꿈인 젊은이 같은 건 찾기 어려웠다. 조직범죄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이 늙기 전에, 그나마 젊었을 때 제 살 길 찾아가는 건 뭐라 할 일도 아니었다. 지가 고생이지. 실제로 요즘 조기은퇴자들은 대체로 돌고 돌아 재입사가 추세였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데 소중한 인력의 손가락을 잘라 두면 조직의 손해인 것이다.
특히 루카와 정도의 화려한 경력자는 배신을 하고 싶어도 어렵다. 다른 조직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 각자 살기 바빠서 파이프라인만 손 안 대면 조직끼리 경쟁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루카와를 노린 조직은 주요 수입원인 마약 범죄를 은폐해야 한다는 존립이 걸린 특수한 상황이었던데다 굳이 배신자를 자처하여 나댄 놈과 손잡는 바람에 일이 커졌지만.
동료들은 쿨하게 루카와를 보내줬다. 어, 그래. 알아서 잘 먹고 잘살아라. 살인 사범이자 전 야쿠자를 써 주는 일자리가 있다면.
그 점에서 루카와는 빽이 든든했다.
아키라 플라워에 단골들의 사랑스러운 '나이키 총각'이 돌아왔다. 복귀 즉시 열렬한 환영과 무소식에 대한 엄한 질책이 쏟아졌다. 한여름에도 긴 팔 나이키 트레이닝을 고집할 정도로 추위를 많이 타는 미청년은 그동안 어디서 수련이라도 하고 온 건지 조금씩 꽃다발을 엮기 시작했다. 별로 수준 높은 교육 과정은 아니었던 걸로 추정되는 실력이지만... 훌륭한 선생님이 붙어있는 만큼 앞날을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센도는 루카와에게 월급을 주기 시작했다. 철저히 근무시간과 능력에 기반한 봉급 체계다. 지금 루카와로서 월급을 올릴 방법은 핸드 타이 기초를 마스터해 센도의 지시대로 꽃다발을 엮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첫 단계. 스스로 화형과 컬러를 고려해 어레인지부터 제작하는 것이 다음 단계. 독창적인 디자인을 기획하고 구현하는 것이 최종 단계였다. 마지막 단계에 이른다면 센도는 공동 대표로 수익을 쉐어하는 파트너 대우를 제안할 생각이다. 일단은 눈앞의 첫 단계부터.
루카와는 의욕적이고 성실한 학생이자 근로자다. 봉급의 고정 비율은 센도와의 생활비로, 나머지 여유분은 대체로 이레즈미를 지우는 데 쓰고 있다. 고통스럽고 많은 시간과 돈을 잡아먹는 여정이나 루카와의 의지는 확고했다. 루카와는 완전한 새출발을 원했다. 내면으로나 외면으로나.
기술자들이 최선을 다해 지운다 해도 어쩔 수 없이 흔적은 남는다. 루카와는 희미하게 남은 문신 자국 위로 커버업을 하시겠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마음에 담아놨던 꽃 이름을 한 개씩 댔다. 대체로 테두리 없이 밝고 선명한 색으로 과거의 흔적을 덮었다. 계절이 뒤죽박죽 섞인 알록달록한 들꽃 부케가 루카와의 너른 등에 동그마니 자리잡기 시작했다. 델피늄. 개나리. 옥잠화. 작약. 캄파뉼라. 진달래. 글라디올러스.
매일 밤 그 꽃들이 어떤 소리로 우는지 오직 아키라 플라워의 주인만이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