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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Shorts
2023.07.09

절단

불면의이쑤신

불행한 사고였다.

자세한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무 순식간에 모든 사고가 발생했고 끝났다. 휘말린 사람들은 제정신을 차리고 모든 것을 관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목격자는 거의 없었으며 이쪽도 충격이 심했다. 누구나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와중에 상세 경위를 따져 묻기도 어려웠다. 사건 현장과 상흔을 보고 추리하는 것만 가능했다.

확실한 건 서태웅의 오른팔이 분쇄되지 않았다면 윤대협은 그날 죽었다는 사실이다.

서태웅은 오른팔을 바꿔서 윤대협을 지켰다.

그 정도면 싸다고 생각했다.


수술은 고통스러웠다. 분쇄된 뼛조각을 치우고 너덜너덜해진 근육조직과 신경다발을 정리해 깔끔하게 절단하고 꿰매는 과정이었다. 서태웅의 오른쪽 어깨 아래에는 상완의 절반 정도가 뭉뚝하게 남았다.

서태웅의 농구는 그렇게 끝났다.

윤대협은 수술 후 서태웅이 회복할 때까지 침대 옆에서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태웅이 의식을 되찾는 순간에는 벌떡 일어나 자리를 떴다. 그리고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서태웅이 윤대협을 찾기 전까지.

가족들의 연락을 받고서야 윤대협은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남의 병문안을 가는 것처럼 꽃다발과 주스 병을 사 들고.

윤대협이 병실에 도착했을 때 서태웅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연습하고 있었다.

"어디 갔었어?"

연인의 투덜거림에 윤대협은 눈물을 꾹 참았다. 꽃을 건네자 서태웅이 왼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향기를 한 번 킁 맡더니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윤대협이 주스 병을 두 개 꺼내 하나를 서태웅에게 내밀었다. 서태웅은 왼손으로 그걸 잡고 자기도 모르게 오른쪽의 남은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잠시 굳었다. 그리고 다시 그걸 윤대협에게 내밀었다.

"열어 줘."

윤대협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서태웅은 그걸 예상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 윤대협은 다정하다. 분명히 자신을 탓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태웅은 모든 것을 각오했고 이 순간에 할 말을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유명한 만화가 있는데."

서태웅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윤대협이 대충 얼굴을 문질러 닦으며 의자를 당겨 앉았다.

"거기서 주인공이 따르던 사람이 있는데. 어느 날 주인공이 죽을 뻔한 걸 그 사람이 구해줬단 말이야."

서태웅이 짤뚱한 팔을 위아래로 두 번 파닥거렸다. 보기 드물게 말을 길게 한다.

"대신 팔이 하나 없어졌어. 그래서 주인공이 막 우는데 그 사람이 뭐라고 했냐면."

서태웅이 평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톤으로 담담하게 만화 대사를 읊는다.

"울지 마. 사내 녀석이잖아?"

윤대협의 커다란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네 목숨에 비하면 팔 하나쯤은 싼 거야."

금방 애굣살 위로 넘쳐흘러 아래 속눈썹을 지나 광대로 떨어진다. 윤대협은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고 주먹을 꾹 쥐고 애썼다. 서태웅의 담담한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고.

"살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그 주인공을 꼭 안아줬어."

서태웅이 왼팔 하나를 호쾌하게 옆으로 펼쳤다.

윤대협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윤대협은 침대에 바짝 붙어 허리를 숙였다. 병원복으로 감싸인 여윈 가슴팍에 이마를 꾹 눌렀다. 서태웅의 왼팔이 윤대협의 흔들리는 등을 토닥였다. 왼팔 하나만.

윤대협은 가벼운 탈수 증상이 올 때까지 울었다.


끔찍한 부상 정도에 비해 서태웅은 수술이 잘 됐고 예후도 좋았다. 흉터도 잘 아물었고 궤양이나 신경종이 생기지도 않았다. 괴사도 혈종도 감염도 없었다.

그러나 팬텀 페인이 심한 편이었다. 사라진 신체 말단을 아직도 있다고 느끼는 감각인 환각지가 지나치게 생생한 탓이었다.

서태웅은 없어진 오른팔이 아직도 농구공을 드리블하고 있다는 감각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그만두려고 해도 팔이 없어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곧 전완근이 뻐근해지고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없는 팔근육이.

팬텀 페인은 정신적인 문제라 진통제가 들지 않는다. 전쟁터에서 팔을 잃은 사람이 자꾸 없는 손등이 가렵다고 해서 긁어주는 시늉을 했더니 훨씬 나아졌다고 대답했다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서태웅은 붕대를 다 벗겨내고 닭 껍질처럼 얇게 돋아난 새 피부가 뭉쳐 있는 절단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각도상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그렇게 해서라도 이젠 오른팔이 없다는 걸 똑똑히 인지하는 게 가장 빨리 나아지는 방법이었다. 문제는 눈을 감고 잠드는 순간. 그때는 인지가 다시 착각을 일으킨다. 길게는 한 시간까지도 통증이 이어졌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들지 못하는 서태웅 옆에는 항상 윤대협이 있었다. 팔베게를 해주며 절단면을 쓰다듬어 여기서 네 팔은 끝이라고 다정하게 알려주었다.

그래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서태웅은 끊임없이 농구공을 드리블하고 있었다. 손에 농구공이 착 감길 뿐만 아니라 바닥을 튀어나오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서태웅은 사라진 오른팔이 계속 농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윤대협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의 죄책감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어느 고통스러웠던 밤에 꿈과 현실을 착각할 정도로 아스라한 의식 속에서 진실이 입술 밖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내 오른팔이 농구를 하고 있어. 드리블을 하고 있어. 제가 한 말이 귀에 들리자마자 서태웅은 정신이 번쩍 들어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윤대협은 서태웅의 땀에 젖은 이마를 묵묵히 바라보다 천천히 침대 밖으로 나왔다. 서태웅을 바라보며 일어섰다. 두 손을 가슴께로 올려 삼각형을 만든 채로 말했다.

"패스해."

서태웅의 심장이 꽉 조여들었다.

서태웅은 존재하지 않는 오른팔로 영원히 튕기던 농구공을 윤대협에게 던졌다.

윤대협은 보이지 않는 농구공을 받고 씨익 웃었다.

서태웅은 울고 싶어졌다. 고통스러운 수술이 끝났을 때보다 훨씬 더.

서태웅의 팬텀 페인과 환각지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여전히 잠시 찾아올 때가 있지만. 오른쪽 어깨가 움찔거릴 때마다 윤대협이 물었다.

"또 드리블해?"

그러고 나면 빙긋 웃으면서 사라진 손끝이 있을 법한 곳에서 공을 스틸해가는 시늉을 했다. 결국 너와 농구를 했기 때문에 구원받는 거라고. 서태웅은 윤대협이 그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기를 바랐다.

역시 한 팔은 싼 거였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한 팔이 없으면 신체 균형이 틀어진다. 서태웅의 곧고 똑바르던 등은 심한 측만이 생겨 꾸준한 재활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하면 눈에 띄게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서태웅은 제 등을 눈으로 볼 순 없지만 틀림없이 기괴하리라고 생각했다. 서태웅의 등을 볼 수 있는 윤대협은 그 곡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걸을 때도 비틀거렸다. 윤대협은 서태웅의 오른쪽에 딱 붙어서 허리를 안고 다녔다. 걸을 때는 서태웅에게 짐은커녕 핸드폰도 못 들게 했다. 유일한 손이 막혔을 때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친다고. 윤대협이 이렇게 허리를 계속 붙들고 다니는데 어떻게 넘어진다는 건지 서태웅은 그게 의문이었다.

서태웅은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윤대협은 여전히 서태웅과 섹스를 하고 싶어 했다. 특히 오른팔의 절단면을 집요하게 핥았다. 새로 돋아난 얇은 피부 바로 아래 잘린 신경을 모아 놔서 예민한 곳을 미묘하게 성감대가 될 정도로 끈질기게 애무했다. 반응을 봐 가면서 결코 아프지 않을 만큼만. 추하지도 무섭지도 않다고 주장하듯이.

서태웅은 윤대협의 이 모든 행동을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서 농구를 빼앗은 것이 미안한 거라고. 목숨을 빚졌으니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윤대협은 다정하니까...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미안함이 남은 사람을 멀리해도 더욱 괴롭힐 뿐이다. 서태웅은 윤대협의 미안함이 풀릴 때까지 곁을 허락하기로 했다. 직성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느 순간 질릴 것이다. 지겨울 것이다. 수발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그때 먼저 떠나 줄 준비를 하면 된다.


서태웅의 예측은 틀렸다. 윤대협은 몇 년이고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서태웅을 도우려고 하면 눈에 띄게 불쾌해했다. 서태웅을 배려해서 먼저 음료수를 따서 건네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다시 돌려줄 정도였다. 태웅이 음료수는 제가 사 왔어요. 웃으면서 그런 살벌한 대응을 했다. 부축은 언감생심 아무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에 둔한 편인 서태웅도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태웅은 이제 왼손으로 수저를 제법 잘 쓰게 됐다. 그런데도 윤대협은 먹여주는 걸 좋아했다. 아. 그게 윤대협이 식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었다. 서태웅이 조그마한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받아먹는 걸 지켜보는 윤대협의 얼굴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서태웅은 헤어지잔 말을 못 했다.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 이제 미안함은 거의 없어지지 않았나?

그런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사람의 마음에 둔한 편인 서태웅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 말을 꺼낸다면... 그때야말로 윤대협의 마음은 돌이킬 수 없이 산산조각 날 거라고. 분쇄된 서태웅의 오른팔 상완 뼈보다 더욱 철저하게. 수술도 절단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어쩔 수 없지. 서태웅은 윤대협의 묶여 버린 마음을 평생 책임지기로 했다. 잃어버린 팔 대신 윤대협이 붙었다.

손해는 아무것도 없었다.


윤대협은 농구를 계속했다. 서태웅의 몫까지 짊어진 것처럼. 서태웅이 농구를 계속했다면 그랬을 것처럼. 가열차게 뜨겁게 우직하게 완벽하게. 최고의 선수로 누구나 인정할 때까지.

서태웅은 농구가 너무 그리운 날이면 윤대협을 원망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럴 때는 윤대협이 없는 세상을 상상했다. 버릇처럼 든든하게 허리를 감는 왼팔을 다시는 만질 수 없는 세상. 잘 웃고 의외로 잘 우는 커다랗고 예쁜 눈을 다시는 마주 볼 수 없는 세상. 자신보다 널찍하고 뜨거운 품에 다시는 안길 수 없는 세상.

몇 분이면 충분했다. 서태웅은 금방 괜찮아졌다. 한 팔이 남아서 반쪽이나마 윤대협을 안아주고 만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됐다.

불 꺼진 스타디움에서 농구공을 튕기는 윤대협을 비스듬히 서서 바라보는 서태웅.

윤대협이 서태웅을 발견했다. 농구공을 왼손바닥 위에 척 올리고. 오른팔을 뒤로 숨긴 뒤에 웃는다.

"헤이. 승부하자."

윤대협이 왼손으로 서태웅에게 바운드 패스를 던졌다. 서태웅은 반사적으로 그걸 잡았다. 왼손 하나만으로도 착 감기는 적당한 힘의 패스였다.

윤대협이 왼팔을 척 벌려서 골대 앞에서 블로킹 자세를 잡는다. 덤벼 보라는 표정. 서태웅의 가슴에 오랜만에 투지가 솟는다.

서태웅이 천천히 드리블을 시작한다. 두 번. 세 번. 다섯 번. 규칙적인 농구공 소리. 환각지도 환청도 아니다.

할 수 있을까?

서태웅은 그런 의심을 품는 선수가 아니다.

몇백만 번이나 했던 농구다. 몸이 기억하고 있을 거다.

믿어라.

외팔의 에이스가 왼손 드리블로 윤대협에게 돌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