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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2024.09.09

주정

불면의이쑤신

하이디 님 생일 기념

아차, 잠들었네.

윤대협은 현관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경고음을 듣고 눈을 떴다. 소파에 누워서 동거인을 기다리던 중에 깜빡 잠들었던 모양이다.

졸음이 덜 깬 눈을 부비면서 문을 열어주러 가는 동안에도 잘못된 네 자리 숫자, 간혹 세 자리나 다섯 자리 숫자를 연달아 누르는 소리와 어김없이 틀렸다는 경고음이 잇따랐다. 음. 불길하군.

조심스럽게 벌어지는 문틈을 꽉 채운 풍경. 얼굴이 벌개진 서태웅이다. 무표정한데 눈이 풀린 채로 우뚝 서 있다. 오면서 벅벅 긁었는지 뒷머리도 좀 헝클어졌다. 백 중의 구십구명은 무서워할 만한 모습인데 딱 한 명 윤대협 눈에는 다소 귀엽다. 평소랑 비슷한데 살짝 엉망이라서. 반갑기도 하고.

"왔어?"

졸려 보이는 얼굴로 윤대협을 빤히 바라본다. 만취가 분명하다. 그래도 확인할 건 확인해야 한다.

"차는?"

대답이 없다. 무사히 왔으니 일행 중 비교적 멀쩡한 누군가가 택시 태웠거나 대리 불렀겠지. 들어오지도 않는다. 멀뚱히 서 있다. 번쩍 들어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을 때.

"어이쿠읍."

체중을 다 실어서 안긴다. 아니 덮친다. 기다란 두 팔이 윤대협의 왼쪽 어깨와 오른쪽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가 등짝을 휘감는다. 동시에 얼굴이 뭉개져온다. 열렬한 키스.

그런데 약간 많이 빗나간. 윤대협의 단단한 턱에 서태웅의 가지런한 앞니가 쿵 부딪혔다. 조금 아프다. 엉망진창으로 돌진하다 꼬이고 돌진하다 힘이 풀리는 혀끝에서 타액과 진하게 섞인 달달한 알콜맛이 난다. 오래는 못 견디고 사이사이 들이켜고 내뿜는 숨결이 제법 달아오른 모양이다. 두 사람의 상의가 죄다 구겨지도록 막무가내로 몸을 붙인다. 그것도 모자란 지 허벅지에 오금을 감으려다 다리 힘이 안 들어가는지 계속 실패하고 있다. 곤란한데. 이건 좀 많이 귀엽잖아.

혼란스러운 스킨십의 폭풍 속에서도 윤대협은 뭔가를 깨달았다. 엄청난 힘으로 딱 달라붙어 오는 상체에 유난한 감각이 있다. 확인하고 싶어졌다. 서태웅의 전거근을 비집고 엄지손가락을 쑤셔넣어 더듬는다. 천 위로도 분명하게 알 수 있을만큼 딱딱하게 선 유두가 손끝에 걸린다. 하... 윤대협은 눈앞이 조금 아찔해서 서태웅의 어깨에 살짝 이마를 기댔다. 자신의 감각이 맞았기 때문만은 아닌 짜릿함. 커다란 엄지손가락이 찾아낸 것을 지그시 누를 때마다 서태웅이 몸을 조금 떨면서 뒤로 물러선다.

이제야 표정이 보인다. 움찔거리면서 찡그리는 이마가 아까보다 더 빨갛다. 윤대협은 짖궂게 굴고 싶어졌다. 여전히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있는 서태웅의 얼굴 구석구석을 빤히 바라보며 묻는다.

"계속 이러고 왔어?"

놀리려고 한 말인데. 보람도 없이 만취 동거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몰아쉬는 한숨 속에 한 어절씩 내뱉는다.

"키스... 하고 싶어서..."

말보다 행동. 잘 돌지 않는 혀가 성급하게 먼저 내밀어진다. 간절한 움직임에 윤대협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려 머금어주었다. 좋다고 다시 기대어 맞붙는 신체엔 바짝 일어선 부위가 하나 더 있다.

아아... 정말로 곤란한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윤대협은 상승하는 입꼬리를 붙잡지 못했다. 만취자의 스킨십을 받아주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써서 여력이 부족했다. 일단은 그런 걸로.

취한 서태웅을 상대하는 건 드문 일이다. 서태웅은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 데다가 튼튼해서 그런지 잘 취하지도 않는다. 아쿠아리우스처럼 달달한 술을 좋아하는 초딩입맛이라 독주보다는 사와나 하이볼을 주로 시킨다. 그걸로는 취하기 전에 배가 부를 것이다.

하지만 윤대협과 서태웅은 아무리 드문 사건이라도 전부 공유한다. 같이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오늘은 누구랑 마시러 갔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이렇게 취한 걸 보면 아주 사소한 걸로 경쟁이 붙었을 법한... 그러니까 고등학교 대학교 때 같이 농구한 동기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로가 아닌 약속 상대의 정체를 윤대협은 다섯 번에 한 번 정도 물어보고 서태웅은 매번 물어본다. 윤대협은 서태웅이 자신이 아닌 누구와 밥 먹고 술 먹는지 딱히 궁금하지 않다. 집에만 무사히 들어온다면. 후보가 될 인물들의 전화번호를 죄다 확보하고 있기도 하고.

반대로 서태웅은 윤대협이 밖에서 먹고 온다고 하면 '누구랑?'하고 미리 입력된 시퀀스처럼 묻곤 하는데, 이런이런 사람이다 대답을 해 줘도 추가로 관심을 보이진 않고 '뭐 먹어?'로 바로 넘어가 버리는 편이라 정말로 신경 쓰는 건지 윤대협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 되물어 본 적이 있다. 왜 물어 봐? 전여친 만날까 봐?

당연히 놀리려고 덧붙인 쓸데없는 소리를 실컷 야려본 뒤 서태웅은 천천히 대답했다.

"네가 없으면 혼자 밥을 먹는데."

"그렇겠지."

"그 때 너는 누구랑 뭘 먹고 있는지... 생각해."

"..."

"모르면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니까."

이제 됐지? 하는 표정으로 서태웅은 윤대협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런 말을 던져 놓고. 그저 이유를 물어서 대답했을 뿐이라는 듯이.

덕분에 윤대협은 가끔씩 밖에서 동거인이 아닌 사람들과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차를 마실 때마다, 상대가 화장실에 가거나 전화를 받거나 대화가 끊기거나, 하여간 아주 작은 틈만 생겨도, 지금 윤대협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 안 가득 우물우물 식사를 하고 있을 서태웅의 약간 구부정한 등과 내려깐 속눈썹 같은 것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지게 되어버렸다. 동거인의 습관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갖춘 것은 없다. 가히 무시무시한 마법이다. 왜냐하면 그게 결국 자신의 습관을 바꾸기 때문에... 사고하거나 행동하는 방식에 영원히 흔적을 남기므로.

윤대협은 동거를 시작하고 나서 대부분의 일에는 서태웅의 기질이나 생활을 우선하고 먼저 양보하며 흔쾌히 물러났는데 그건 오히려 서로 영향을 최소화하여 자신의 습관을 지키려는 방어적인 배려이기도 했다.

물론 한 번 정한 일에는 절대로 져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태웅은 방어인지도 몰랐을 방어를 뚫고 훅 들어온다. 도저히 잊지 못할 순간을 윤대협에게 새겨 놓고. 새로운 습관으로 영원히 남는다.

그렇다보니 윤대협은 밖에서는 잘 취할 일이 없다. 서태웅을 너무 선명하게 생각하면 집에 가고 싶어진다. 원래도 자신의 공간에 애착이 강한 편이다. 반면 서태웅은 드물게 취한다. 연락이 안 닿으면 데리러 가지만 대체로 윤대협은 집에서 기다린다. 윤대협이 문을 열어주는 모습을 서태웅이 좋아한다. 정확히는 문이 열리고 그 자리에 윤대협이 서 있는 모습을. 취하면 더욱 노골적으로. 오늘처럼.

누구나 그렇듯이 술 취한 서태웅도 평소보다 더 솔직하고, 절제력이 없고, 충동적이다. 물론 취하지 않은 서태웅도 원래 솔직하고 절제력이 별로 없고 충동적이긴 하지만. 거기에 덧붙여 신체의 통제력과 균형감각을 잃고 좀 더 감각에 민감해진다는 차이점 정도... 어쨌든 서태웅의 술주정은 대체로 윤대협 기준엔 귀여운 수준이다. 어차피 오래 안 간다. 금방 잔다.

그래. 서태웅은 금방 잔다. 윤대협이 지금 엄살이 아니고 실제로 곤란하다 느끼는 것도 그 탓이다.

술 취한 서태웅이 섹시하지 않은 건 아니다. 물론 취하지 않은 서태웅도 원래 섹시하고. 다소 충혈된 눈도 단정치 못한 표정도 헤 벌어진 입술도 나쁘지 않다. 조절 능력을 잃어버린 과격함도 좋다. 돌진하는 표적은 항상 윤대협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귀엽다. 감당이 되니까. 살짝 정신 놓으면 감당 어려울 것 같은 점은 짜릿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덤비는대로 어울려 준 적도 있었다. 이미. 전적이 있다. 그 전적은 시작은 엉망일지언정 (어쩌면 엉망이라서) 섹시했으나 마무리는 잘자라 우리 아기였다. 윤대협은 평소에도 서태웅이 취하면 씻기고 닦이고 갈아입혀 새근새근 재우는 데 단련이 되어있었고 아무런 불만이 없었지만...

아무렇게나 휘둘러 감아오는 팔다리에 끌어당겨져 침대에 고꾸라지고 목이 다 늘어날 정도로 거칠게 벗겨져 딱 기대감이 최고조가 된 순간. 협조가 없어 조금 고생해서 바지 벗기는 그 찰나에 서태웅은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푹.

아무리 윤대협이라도 그건 좀...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삐딱히 천장을 향하는 눈동자와 훅 불어나가 헝클어져 내려온 앞머리 한 가닥을 도로 뒤로 넘겨버린 거친 날숨. 윤대협은 그 때 터져나온 웃음이 허탈해서인지 고난을 이겨내기 위한 방어기제였는지 잘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평소대로 정성껏 수발 들고 잤다. 잠옷 갈아입히고 물티슈로 대충 손 발 얼굴 닦고 발가락 끝까지 담요 덮어서 품에 안고 재웠다. 서태웅은 잠꼬대도 없이 새근새근 잘도 잤다. 침 흘리면서.

귀여웠지. 취해서 따끈해진 서태웅. 안고 자는 것도 물론 좋다. 힘 조절 못하고 계속 파고들어서 벽에 윤대협이 처박힐 때까지 밀기만 하는 것도 사랑이 넘친다. 그러나 파악한 패턴에 두 번 당할 윤대협이 아니다. 서태웅한테는 특히 용서없는 편이다. 오래 볼 사이라.

오늘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도 돌진을 해대는 서태웅 때문에 현관부터 조금씩 뒷걸음질 치다 보니 이제는 정말 집 안으로 들어와야만 한다. 윤대협은 목에 서태웅을 대롱대롱 매단 채로 솜씨 좋게 발을 놀려 제 신발을 벗은 다음 서태웅의 허벅지를 모아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키가 커서 단숨에 무게중심이 불안정해진 서태웅이 취한 와중에도 팔꿈치로 윤대협의 견갑을 눌러 버틴다. 아프다. 대롱대롱 공중에 들린 두 발에서 얼른 신발을 벗겨냈다. 그대로 어깨에 들쳐 메고 침실로 간다. 으으음. 신음소리가 심상치 않다. 토하기 전에 재빨리 내려주었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어올려 목 아래 베개를 받쳐주려는 순간, 또 목덜미를 낚아채였다. 함께 베개에 얼굴이 파묻히는 키스. 여전히 혓바닥이 먼저 나와 성급하다. 아직도 입 안에서 알콜향이 진하게 난다. 낯설어서 자극적이다.

힘겨루기 수준의 발버둥 끝에 윤대협은 겨우 빠져나왔다. 상체를 일으켜 내려다보는 서태웅의 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혓바닥이 배죽 나와있다. 입가에 다 번져 번득거리는 침은 윤대협 것일지도 모른다. 흐트러진 아랫속눈썹을 꽃받침처럼 받친 채로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완전히 풀렸다. 풀렸는데, 느리게 깜빡이며, 애써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대협을 똑바로 보려 애쓰고 있다.

서태웅이 팔을 휘두른다. 맞을 뻔한 윤대협이 어이쿠, 스웨이로 겨우 피했다. 서태웅은 눈치채지 못한 듯 단추와의 싸움에 돌입했다. 양손을 쓰면 빠를텐데 거기까지 뇌가 작동을 못하나보다. 오직 오른손만으로 사투를 벌인다. 단추만 풀면 되는데 이상하게 윤대협한테 깔려 있는 다리까지 버둥거리면서. 뜻대로 안 되는 게 분한지 콧김을 씩씩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 벗으면 씻기기 편하지. 어디까지 하나 보자.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는 윤대협 앞에서 어찌어찌 네 개까지는 풀었다.

그 시점에서 서태웅은 윤대협의 어깨에 턱. 팔을 두르고 잡아당겼다.

순순히 당겨질 생각이 없어 꼿꼿함을 유지하는 윤대협의 상체 힘에 딸려나와 스르륵 몸을 일으킨다.

동시에 한 쪽 어깨에서 셔츠가 스르륵 내려가 자연스레 팔이 빠졌다. 혈액순환이 좋아져 발그랗게 달아오른 상반신이 드러난다. 윤대협은 생각했다. 아차.

서태웅이 이마를 윤대협의 쇄골에 툭 기댄다. 입에서 튀어나오는 모든 단어가 뜨겁다.

"도와줘. 빨리."

윤대협은 입을 꾹 다물고 코로만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눈앞에 마구 흩어진 새까만 머리칼에서 땀냄새와 술냄새가 섞인 진한 향기가 훅 들어온다. 그대로 한숨을 길게 뱉었다.

어디서 이런 걸 배워가지고...

고집 세고 마이웨이인 서태웅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건 쉽지 않다. 서태웅은 어디까지나 자율학습에 특화된 타입이라서, 마음만 먹으면 원수에게서도 초짜에게서도 톡톡히 배운다. 반대로 그럴 마음이 없는 분야라면 조언이나 충고가 들어먹힐 재질이 아니다. 윤대협은 그런 서태웅에게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거나 말거나.

관찰력이 좋은만큼 원래 파악은 빠른 편인데 누구에게나 그걸 알려주진 않는다. 서태웅에게는 이상하게 종종 말하게 되었다. 그러면 서태웅은 그 순간에는 전혀 알아먹는 기미가 없어도 희한하게 잊지도 않고 있다가 어느새 혼자서 깨닫곤 하였다. 윤대협은 그런 식으로 서태웅을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설마 이런 것도 내가...?

아니다. 맹세코 이런 건 가르친 적이 없다. 윤대협은 하마터면 번뇌에 발가락을 담글 뻔했다. 이 자식은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워가지고.

윤대협의 복잡한 마음 속을 모르는 서태웅은 바쁘다. 탈의를 도울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이는 윤대협의 두 손을 직접 가져다가 본인 셔츠를 끌어내리는 데에 쓰려고 하는데 당연히 생각처럼 조작되진 않는다. 그 대신 달아오른 맨살에 윤대협의 손등이며 손가락이 아무렇게나 닿는다. 그게 좋았는지 다짜고짜 윤대협의 목을 끌어안고 또 키스를 하려고 한다. 앗 그건 안 되지.

윤대협은 얼른 서태웅의 어깨를 밀어 다시 베개 위에 눕혔다. 한숨 한 번 푹 쉬고. 순순히 서태웅의 셔츠 단추를 마저 풀어 벗긴다. 서태웅은 드디어 제 뜻대로 되는가 싶은지 만족스럽게 대자로 뻗었다. 얄미운 자식. 윤대협은 아예 바지와 양말까지 한꺼번에 벗겨냈다. 수발 들 때 얌전한 것이 취한 서태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이제 슬슬 잠들 때가 됐는데. 마지막으로 갈아입힐 잠옷을 가지러 일어서는 순간.

세상이 기울어지고 윤대협은 침대 위로 쓰러졌다.

"어디 가."

아직도 술 냄새를 풍기는 서태웅이 윤대협 위에 꿈질꿈질 올라온다. 윤대협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서태웅은 주섬주섬 상의를 벗기려다 여의치 않자 바지를 끌어내린다. 손목을 붙들어 제지했더니 핏발 선 눈이 무섭게 째려본다. 어쭈. 윤대협은 웃었다.

"춥지 않아? 잠옷 갖다 줄게."

"필요... 없어. 어차피 벗어..."

"누구 맘대로. 이제 자야지."

"하기 싫어?"

"어."

"왜?"

"주정뱅이랑은 안 해."

"왜? 잘해줄게."

푸핫! 윤대협은 참지 못하고 폭소했다. 아씨. 침... 서태웅이 불만스럽게 광대뼈 부근을 닦는다. 너무 크게 웃어서 침이 튀어버렸나 보다. 미안미안. 여유를 되찾은 윤대협도 서태웅의 얼굴에 손을 뻗어 다정하게 문지른다.

서태웅은 커다란 손바닥에 잠시 뺨을 기댔다. 가 낼름 혀를 내밀어 검지손가락을 휘감아 입에 넣는다. 아니 정말 방심할 수가 없네. 윤대협은 아예 엄지까지 넣어서 못된 혓바닥을 꾹 잡아버렸다. 전투불능이 되어 얌전히 벌어진 입 속에서 침 범벅이 된 손가락을 강제로 해방시킨다. 서태웅의 내부 온도는 살결보다도 뜨겁다. 아마 알콜 섞인 타액 냄새가 진하게 나겠지. 윤대협은 서태웅 몰래 마른침을 삼켰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턱을 닦아내던 서태웅이 다시 윤대협의 바지를 공략한다. 어허. 똑같이 손목을 붙잡아 제지하려는데 이번엔 작정했는지 힘이 장난 아니다.

윤대협은 할 수 없이 서태웅의 허리를 꽉 붙들고 옆으로 메쳤다. 윤대협 위에 앉은 채라 스스로 중심을 잡을 수 없었던 서태웅은 홀라당 뒤집어졌다. 윤대협이 온몸으로 꽉 누르자 발버둥치는 대신 등을 꽉 끌어안는다. 눌린 신음이 가느다랗게 진동으로 흉통에 전해진다. 좋아하긴. 윤대협은 몸무게를 실어 서태웅을 깔아 누른 채로 구겨진 그의 앞머리를 조심스럽게 넘겨주며 속삭였다.

"그러지 말고 일찍 자. 착하지?"

"애 취급..."

음성보다는 그르렁거림에 가까운 소리로 겨우 항의한다. 귀여워. 귀엽지만.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 다정한 목소리가 나오지만.

"너 자는 거 좋아하잖아. 괜찮아. 내가 재워줄게."

여기선 햇볕정책이다. 윤대협은 무력도 무시도 먹히지 않자 달래보기로 했다. 설득에는 자신있는 편이다.

"나도 너 취했을 때 껴안고 자는 거 좋아. 따끈따끈하거든. 눈 감아 봐. 졸리지?"

서태웅이 윤대협의 노래하는 듯한 어절에 맞춰 눈을 꿈뻑거린다. 슬슬 먹히나 보다. 입술이 달싹거린다. 뭐라고 중얼거린다.

"하고 싶어서..."

"응?"

잘 안 들려서 귀를 기울였다. 소리가 되지 못한 뜨거운 숨결이 가까스로 단어를 만들어 잇는다.

"너랑 하고 싶어서... 일찍 왔다고..."

습한 알콜향이 촉촉하게 고막을 적신다. 가득 실린 원망이 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윤대협은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하는 사람이 아니고, 서태웅에게는 특히 용서가 없으며, 한 번 정한 일에는 절대로 져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모르겠다..."

이 세상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한 패배가 있다.

"중간에 잠들면 6개월 원온원 압수."

"누가 자."

"하하... 이 자식..."

"너나 자지 마라..."

"빨리 뻗기나 해."


다행히 윤대협은 같은 패턴에 당하지 않았다.

서태웅은 거의 동터올 시간에 잠들었다. 물론 전회의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 없는 윤대협이 공들여 틈없이 몰아붙이기도 했다. 더하라면 더했지 그만하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서태웅이 그만, 좀, 멈춰, 보라고, 힘겨운 호흡 틈에 겨우겨우 내뱉는 걸 딱 한 번만 못 들은 척 한 건 복수까진 아니고. 주정뱅이도 한 번쯤은 교훈을 얻어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