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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Shorts
2024.02.24

踏切

불면의이쑤신

멋 부리지 않고도 아름다운 것이 좋았다.

윤대협을 스카우트하려던 모든 고등학교 중에서 능남이 있는 동네가 유독 그랬다. 작은 전차가 투명한 아침 햇살 속에서 조깅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골목길을 달리다 덜컹이며 모퉁이를 돌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가만히 있어도 눈부신 것들이 저절로 달려들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걸 누리고 살아서 그런가, 같은 걸 보고도 이 동네 출신들은 무덤덤하기 짝이 없었다. 윤대협과 달리 살아있는 비단이나 다름없는 바다를 보고도 넋을 빼앗기지 않았고, 날씨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제쳐두고 낚시나 하러 가고 싶어지지도 않는 모양이었으며, 깎아지른 곶 너머로 후지산이 보여도 오늘 공기가 맑다는 정보 이외에 별다른 감탄사가 없었다. 걷다가 갑자기 두 블록 앞의 골목을 자르며 지나가는 초록색 전차에 깜짝 놀라거나, 요트와 서퍼와 작은 낚싯배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거나, 바람이 다 빠진 축구공을 물고 산책 나온 성격 좋은 멍멍이와 친해지는 바람에 온종일 해변에서 땀 흘리며 공을 던지거나, 테트라포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좋아서 차라리 배회에 가까운 터무니없이 긴 산책을 즐기는 일도 없는 것 같았다.

그들에겐 바다도 모래사장도 해안도로도 그저 등굣길, 조깅 코스, 자전거를 타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경로. 성실하고 평범한 일상의 배경에 불과했다. 그들에겐 주위 풍경보다 목적이 중요했다. 지각하지 않는 것, 체력을 끌어올려 다음 시합은 이기는 것, 길의 끝에서 반드시 만나리라 다짐한 누군가.

목적... 중요하지. 윤대협은 멍하니 수긍했다. 어쨌든 윤대협도 놀러 온 게 아니고 살러 온 거니까. 농구라는 목적이 있어서 여기에 왔고.

그렇다고 농구의 배경이라고만 생각하기엔 지나치게 아름답지 않은지? 가끔, 아니 일상적으로, 윤대협은 완전히 여행자의 감각 속에 살았다. 느긋하게, 기분 좋게, 풍경 하나하나를 오랫동안 눈에 담으며, 즉흥적으로 일정을 바꾸고도 즐거우면 그만으로, 애써 충실히 살기보다 온전히 즐겼다. 불성실한 성격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윤대협에게만은 이곳의 눈부심이 당연하지 않았다. 도시에서 온 촌놈이라 어쩔 수 없었다.

꾸미지 않고도 아름다운 낯선 것들이 사랑스러웠다. 사랑스러운 것에 눈이 닿을 때마다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아마 여기서 태어난 이들은 이토록 눈부신 장소의 일부이기에 무심할 수 있으리라.

윤대협이 가장 사랑하는 풍경에서 아무렇지 않게 걸어 나온 그 남자도 그랬다.

땡땡땡, 종소리를 울리며 전차가 지나가고 나면, 철도 건널목 너머 윤슬이 별처럼 일렁였다. 윤대협은 하굣길에 보이는 광경을 눈에 새긴 듯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뒤편에는 그림 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눈에 담을 때마다 무심코 넋을 놓는 풍경이.

그러나 그조차도 고향 마을을 닮아 타고나길 꾸밈없이 아름다운 남자에겐 스쳐 지나가는 배경에 불과했다. 그의 주저 없는 눈빛은 똑바로 자신의 목적만 겨냥한다. 넘고 싶은 것. 부딪힐 가치가 있는 것. 출발선이자 반환점. 그 눈동자 속에는.

“헤이, 승부하자.”

윤대협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