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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Shorts
2025.02.02

와일드라이프

불면의이쑤신

서태웅은 오늘도 바닷가에 섰다.

새까만 스니커즈 한 켤레가 그림자처럼 가지런히 콘크리트 방파제에 놓여 있다.

테트라포드에 부서지는 파도를 노려본다. 아무리 눈싸움을 해도 끊임없이 밀려온다. 회색 콘크리트에 무자비하게 몸을 던진다. 하얗게 흩어져 간다. 쓸데없이 아름답다. 가까운 수심에선 맑은 바닷물 너머가 잠깐 비추어 보이다 조금만 멀어져도 까마득한 짙은 파랑이 된다. 잉크를 푼 것처럼 수면 아래를 엿볼 수 없다. 서태웅의 키와 딱히 다르지 않은 근해조차 그러할진대.

윤대협은 또 얼마나 깊은 바다 아래 있을까. 보이지도 들리지도 흔적을 찾을 수도 없는 심해. 투명한 낚싯줄 한 롤을 다 풀어 던져도 스칠 수도 없는 바닥. 서태웅은 아직 닿을 수 없는 곳.

한숨 한 번에 어깨에서 힘이 빠진다. 서태웅은 허리를 숙여 윤대협의 신발을 주웠다. 그대로 들고 돌아서서 걷는다. 한발 늦었을 때마다, 바다에 윤대협을 선점당했을 때마다, 서태웅은 콘크리트 위에 남은 윤대협을 주워 가 버렸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심술이었다.

그런 식으로 신발, 낚싯대, 능남 농구부 티셔츠, 능남 농구부 저지, 필통만 달랑 들어있는 가방을 집에 던져두면 며칠 후 초인종 소리와 함께 윤대협이 문 앞에 나타났다. 머쓱한 얼굴로 한 손을 들어 보이며 그런 소리나 했다. 여어.

어머니가 계신 날엔 윤대협은 식사 대접을 피할 수 없었다. 서태웅의 부모님은 잘 웃고 싹싹한 윤대협을 좋아했다. 부모님은 윤대협과 서태웅이 집에 놀러 올 정도로 가까운 친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윤대협은 맡겨 둔 물건을 찾으러 온 듯이 뻔뻔하게 굴었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스스럼없이 건넸다.

어쨌든 그런 날만큼은 날씨만 도와준다면 실컷 농구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서태웅에게는 윤대협의 물건을 수거해 올 동기가 충분했다.

하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은 쌓이면 쌓일수록 의심과 불안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한숨 한 번에 쿨하게 돌아서는 서태웅이라 해도.

서태웅은 방에 놔둔 골판지 박스에 윤대협의 신발을 가볍게 던졌다. 깨끗한 골인. 항상 윤대협의 물건을 넣어 두는 상자였다. 거기 무언가 들어있다는 사실은 윤대협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침대에 드러누운 채로 서태웅은 박스 안에서 툭 튀어나온 검은 신발 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윤대협은 원한다면 영원히 바다에서 살 수도 있다. 언젠가 그날이 온다면.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서태웅 집 현관 초인종을 누르지 않는 날이 온다면.

오늘이 만약 그날이라면?

서태웅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서태웅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큰 보폭으로 계단을 두 개씩 뛰어 내려간다. 저녁을 준비하던 어머니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엄마."

"태웅이 왔니? 수저 좀 놔 줄래?"

"저, 여행 갈게요."

돌아 본 어머니가 눈을 크게 떴다.

"어머! 드디어 마음을 정했구나. 잘 됐다. 겨울방학 중이면 가장 좋지. 어디부터 가 볼래?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서태웅은 단호하게 말했다.

"뉴질랜드요."

지구에서 가장 다양한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센티넬과 가이드에 대한 첫 번째 수업은 초등학생 때였다. 솔직히 서태웅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4교시 이후였을 것이다. 점심시간 내내 친구들과 농구하고 끝내주게 졸았기 때문이다.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자연적인 초자연이다. 예를 들면 잠자리는 눈이 2만 8천 개고 제자리에 선 채로 한 번에 360도를 볼 수 있다. 움직임에 극히 민감한 대신 시력은 낮다. 반대로 매는 시력이 4.0이다. 대기권 끝자락의 상공에서도 사냥감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개의 후각은 올림픽 수영장 20개를 채울 양의 물에 떨어진 액체 한 방울도 감지할 수 있다. 오염물질의 농도가 1조분의 1이라도 탐지해낸다. 냄새만으로 인간의 혈당이 떨어지거나 암에 걸린 사람의 미묘한 세포 조직 변화까지 알아챈다.

인간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약하고 둔하고 느린 잡식동물. 그래도 인간은 효율을 추구할 줄 알았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관찰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공유했다. 자연과 진화와 생물의 신비로 인간은 지구별 모든 생물의 능력을 나누어 쓸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자연에서 온 그 능력을 센티넬이라고 불렀다.

확률적으로 인류의 절반은 센티넬을 타고 난다. 쌍을 지어 나선을 이루는 유전자 염기서열 중 돌연변이 딱 하나가 센티넬을 결정했다.

센티넬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신체기능을 인간이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어떤 동물인지는 발현 전에 알 방법이 없다. 발현은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당 동물과 마주하는 순간 일어난다. 해당 동물이 가진 다양한 신체기능 중 무엇을 공유하게 될지도 알 수 없다. 그건 선택이 아니다. 자연계 특유의 순전한 랜덤이다. 센티넬을 타고 난 인간만이 발현 순간 곧바로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공원에서 잠자리를 본 잠자리-센티넬은 그 순간 제자리에서 360도를 2만 8천 개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거나 정지 비행을 할 수 있다. 몽골 여행 갔다가 매를 만난 매-센티넬은 그때부터 시력이 4.0이 되거나 활강 비행을 할 수 있다. 옆집 멍멍이와 인사를 한 개-센티넬은 갑자기 다른 인간보다 1만 배 이상 후각이 좋아지거나 최대 시속 72km로 달릴 수 있다.

타고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는 인생은 망한 줄로 알고 있는 유난한 한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조기 센티넬 발현을 추구했다. 그러니까 시각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100일 전후만 되면 동물원이며 수족관에 데려갔다는 뜻이다. 그러고도 발현이 안 되면 해외 연수까지 보냈다.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인간의 이기심이 아직 멸종시키지 못한 생태계가 살아있는 곳으로 여행을 보냈다. 오직 센티넬 발현을 위하여. 타고난 동물을 마주하지 못하면 영원히 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비극적인 케이스도 많았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한 지구 파괴는 점차 생물다양성을 위기에 빠뜨렸다. 이미 멸종한 동물의 센티넬을 타고났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을 만난다 한들 소용이 없었다. 영원히 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보존은 곧 인류의 존속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일이었다.

멸종되지 않은 동물-센티넬이라 할지라도 인간이 갈 수 없는 오지, 심해, 북극해에 살고 있는 동물-센티넬의 경우에는 영원히 발현할 길이 없었다. 부지런히 전 세계 동물들을 직접 만나러 다닐 사회경제적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도 그랬다. 그래서 인간의 절반은 무조건 센티넬 능력을 유전자 레벨에서 타고났음에도. 아무런 능력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제법 많았다.

확률적으로 인구의 나머지 절반은 가이드다. 가이드는 센티넬을 서포트한다. 센티넬이 아무런 피곤함도 무리도 없이 마음대로 능력을 쓸 수 있는 힘을 공급한다. 가이드가 없으면 센티넬도 금방 한계치가 찾아온다. 무한의 능력은 가이드가 있는 센티넬만 쓸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어떤 동물의 어떤 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 운명이 정해진 센티넬과 달리, 가이드는 어떤 동물의 어떤 능력을 가진 센티넬을 서포트할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잠자리-센티넬을 서포트하겠다고 마음먹은 가이드는 잠자리와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 잠자리-센티넬을 서포트할 능력이 생긴다. 전적으로 가이드의 선택에 달려있다. 당연히 자신의 센티넬이 가진 신체기능은 완전히 공유한다. 그게 어떤 감각인지 느낄 수 없다면 지킬 수도 없으니까.

서태웅은 센티넬 수업 시간에 완전히 잤을지언정, 체험학습으로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온갖 동물을 다 봤다. 그 과정에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가이드구나. 저 사자, 호랑이, 표범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구나.

누군가의 가이드가 되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이상 모든 가이드는 평범한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어떤 특정 센티넬의 가이드로 함께 능력을 공유하며 살아가기 vs 그냥 살기.

서태웅 15세. 드디어 결심했다. 내가 윤대협의 가이드가 될 것이다.

그게 윤대협과 실컷 농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운대협의 센티넬은 오리무중이었다. 발현 이후로 한 번도 남에게 보여준 적 없다고 들었다.

서태웅은 남들보단 많이 아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지난 여름 어느 날, 다짜고짜 원온원 하자고 낚시터로 쳐들어갔을 때 목격해 버렸기 때문이다. 윤대협이 가지런히 신발과 양말을 정리해 두고, 그림 같은 다이빙 자세로 바다에 뛰어드는 순간을.

그리고 윤대협은 한참 동안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이 지나고, 다섯 시간이 지나고, 해가 지고 어두워져 더 이상 농구를 할 수 없을 때까지.

서태웅은 그 시간 내내 한 자리에서 기다렸다.

수면 위로 분수 같은 물보라가 뿜어졌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쨍한 자외선이 안개처럼 고운 물방울 사이에 창처럼 꽂혀 무지개를 비추었다.

10초 후 윤대협이 고개를 쳐들며 앞머리로 바닷물을 뿌렸다.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얼굴은 무표정했다. 평소의 애교 묻은 눈웃음이나 친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나른하게 반쯤 감은 눈매에서 서늘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편안해 보였다. 더없이 자연스러웠다. 어떤 힘도 들어있지 않았다.

윤대협은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망부석처럼 바닷가에 서 있는 서태웅을 보고 멀리서도 알 수 있을 만큼 깜짝 놀랐다. 누가 보고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얼굴만 내민 윤대협이 스르르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이 다가온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테트라포드를 밟고 올라온다.

서태웅은 그때 알았다. 윤대협은 센티넬이다. 그것도 생선이다. 틀림없이.

머리카락 끝부터 발끝까지 푹 젖은 윤대협. 아스팔트에 물방울을 후두둑 떨구면서 천천히 서태웅 앞에 선다. 숱 많은 머리카락이 머금고 있던 바닷물이 방울방울져 짙은 눈썹과 쌍꺼풀을 가로질러도 윤대협은 한 번도 그것을 손등으로 훔쳐내지 않았다.

"들켰네."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목소리는 나직했다. 비통하거나 화가 난 얼굴은 아니었지만 웃지도 않았다. 최선을 다해 활약한 시합에서 진 다음 서태웅과 악수를 할 때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특이한 반응이었다. 보통 센티넬 발현은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윤대협으로서는 자신이 센티넬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던 것 같았다. 서태웅에게만? 아니면 모두에게? 그런 것까지 알 순 없었다.

그렇다고 서태웅으로서는 딱히 이긴 기분도 아니었다.

서태웅은 잔뜩 젖은 윤대협에게 농구공을 던졌다. 윤대협은 곤란해하면서도 순순히 받아주었다. 그대로 놓치면 바다에 골인이니까.

"아무리 내가 한 수위라도 옷이 다 젖어서는 힘든데."

"웃기시네. 벗고 하든가."

"나체 농구? 화끈하네."

서태웅은 코웃음도 치지 않고 가방끈이 매달린 한쪽 어깨를 으쓱였다.

"유니폼 있어. 빌려준다."

그날 윤대협은 등번호 11번의 새빨간 북산 유니폼을 입고 서태웅을 상대했다. 틈나는 대로 윗옷이 작다든가, 바지 고무줄이 너무 조인다든가, 이 정도 핸디캡이 없으면 자신이 없는 거냐면서 살살 약 올려댔다.

결과적으론 서태웅의 투지만 불타올랐다. 열 판으로 끝날 일이 스무 판으로 늘어났다. 아차 싶었던 윤대협도 나중에는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윤대협은 재미있는 쪽을 선호한다.

그러니까 윤대협이 생선이라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다. 윤대협은 여전히 능남 농구부의 에이스고, 서태웅보다 딱 한 발짝 앞선 채로 약을 올렸고, 틈만 나면 바다로 사라졌다. 생선을 잡으러 낚시를 다니는 줄 알았더니 본인이 생선이었다는 사실 하나만 달랐다. 그래서 뭐?

아직 어떤 생선인지도 모른다. 서태웅은 한 번만 도서관에서 동물도감을 뒤적여 본 적이 있다. 서태웅과 도서관이라니 농구부원들이 보면 까무러칠 일이었다.

머리 위에 떨어뜨리면 누구라도 순조롭게 기절할 두께의 빳빳한 컬러 양장본은 모든 페이지가 해양 생물로 가득했다. 서태웅이 몰랐던 사실. 바닷속에는 생선 말고도 많은 것이 살았다. 아주 작은 플랑크톤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존재인 대왕고래까지. 해파리, 말미잘, 산호, 해마, 바다 달팽이, 심해에서 발광하는 박테리아까지는 상상조차 못 했던 존재였다.

해양생물은 한없이 얕은 서태웅의 상식에 반해 엄청나게 다종다양했다. 육지에 있는 동물들과는 근본적으로 생긴 것도 색깔도 질감도 완전히 다르다. 물개, 바다사자, 고래 같은 해양포유류나 어류 정도만 해도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무척추동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어디가 앞이고 뒤며 눈이고 입인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그러니까 윤대협이 문어나 오징어일 수도 있단 말이지. 심각한 얼굴로 도감을 넘기면서 서태웅은 생각했다.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가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손바닥에 공이 잘 붙어있는 것도 혹시 빨판이 있어서? (그럴 리가 없다) 조개는 아닌 것 같다. 말이 많으니까. (조개는 음성기관이 없다) 돌고래는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 같다. 그럼 돌고래일까? 항상 웃고 있는 듯한 입꼬리가 좀 닮은 것 같기도... (동물의 외형과 센티넬 능력은 무관하다)

곰곰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기던 서태웅의 손가락이 어떤 사진에서 멈췄다.

짙푸른 대양에 새하얀 안개꽃 다발처럼 솟아오른 고래의 호흡.

서태웅은 완전히 같은 것을 본 적 있었다. 윤대협을 찾았을 때 수면 위로 뿜어지던 분수 같은 물보라.

찾았다. 윤대협은 고래다.

서태웅은 잠시 파랗고 하얀 사진을 응시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도감의 양장 표지가 덮인다.

그래서 뭐? 윤대협이 고래든 상어든 고래상어든 서태웅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생선을 잡으러 낚시를 다니는 게 아니라 본인이 생선이라서 자꾸만 바다를 찾는다는 것도. 그래서 계속 농구하려면 종종 꺼내 와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서태웅에게는 윤대협을 바다에서 꺼낼 방법이 없어서. 남기고 간 신발 한 켤레를 주워 오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공략을 찾지 못했다는 것도...

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태웅은 아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윤대협이 전학을 선택한 이유. 그건 아마 농구 때문이 아니라 바다 때문이다. 농구도 하면서 바다에 가깝다면 금상첨화였겠지. 능남은 아마 최고의 선택지였을 것이다. 그 남자는 아무리 불리한 경기에서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니까.

이대로라면 윤대협의 일상에서 농구는 점점 옅어지고, 바다는 점점 깊어진다. 언젠가 윤대협은 떠난다. 서태웅과 농구가 있는 육지를 떠나, 바다로. 있어야 할 곳으로.

누군가 가이드의 협조를 얻는다면 영원히 그럴 힘이 생긴다.

서태웅은 그렇게 두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서태웅은 마음을 바꿨다. 윤대협이 센티넬이라는 것, 고래-센티넬이라는 것, 그런데 무슨 고래인지는 모른다는 사실이 갑자기 중요해졌다.

서태웅이 다른 모두를 제치고 윤대협의 가이드가 될 테니까.


고래 맞지?

서태웅은 윤대협에게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윤대협은 왠지 알 수 있었다. 서태웅에게는 다 들켰다는걸. 그냥 감이었다. 오히려 모른다면 물어봤겠지.

그날도 윤대협은 슬리퍼를 질질 끌고 서태웅의 집을 찾아갔다. 빛도 들지 않는 해저 200m부터는 시간 개념을 쉽게 잊는다. 두꺼운 패딩이나 코트를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에 비해 윤대협은 반소매에 능남 저지를 걸친 가벼운 차림이었다. 그럼에도 겨울의 맑은 햇살 덕분에 차갑게 식어있던 피부 표면에 육지의 온도가 천천히 스며들었다. 신발을 찾으러 가는 길은 따스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익숙한 미소가 반긴다. 윤대협은 서태웅의 어머니에게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태웅이 있나요?"

대답을 알면서 예의상 건넨 질문에 뜻밖의 반문이 돌아왔다.

"어머, 태웅이가 대협이한테 얘기 안 했니?"

윤대협의 눈이 커졌다.

"저기, 태웅이는 오키나와에 갔어. 아마 월요일에는 올 텐데..."

"오키나와요?"

"그래. 잠깐 여행 갔어."

갑작스러운 여행. 짐작이 있는 행선지. 걱정보다 대견함이 미묘하게 묻어 나오는 어머니의 말투가 쐐기를 박았다. 겨울에는 혹등고래가 오키나와를 찾는다. 윤대협은 조용히 확신했다. 서태웅은 고래를 찾으러 간 것이다.

나를 찾으러.

주인 없는 서태웅의 방문을 열자 조그마한 골판지 상자가 보였다. 그 안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검은색 스니커즈. 자신의 신발이다. 윤대협은 그걸 들어 올렸다. 한 번도 바다에 들어간 적 없는 농구화는 보송보송했다. 옅은 햇살 냄새가 났다. 발현 이후 미묘하게 달라진 윤대협의 체향과는 정반대였다. 아무리 샤워를 해도 떨어지지 않는 짙은 소금기와 비린내. 윤대협은 그 냄새를 딱히 역겹다고도 사랑스럽다고도 느끼지 않았다. 다만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바닷속에선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공기처럼 물속에 잠겨 있으니.

하지만 이 곳은 다르다. 자신의 농구화뿐만 아니라 방 전체에서 보송보송한 햇살 냄새가 났다. 윤대협은 서태웅이 스무 판 정도 일 대 일을 하고 땀에 절었을 때도 그의 체향을 그런 식으로 느꼈다.

중증이네. 윤대협은 현관에서 서태웅의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스니커즈로 갈아신었다. 내내 차가웠던 발가락을 보드랍게 감싸는 농구화에는 한 조각의 습기도 없었다.

서태웅은 그 후 열흘 동안 윤대협을 찾아오지 않았다.


방심했다.

윤대협은 고요한 바닷속에 둥둥 뜬 채로 생각했다. 수심 20m. 인간 입장에선 제법 깊지만 윤대협의 입장에선 심해랄 것 없이 평범하게 수면에 가깝다. 20도가 안 되는 차가운 수온 속에 가끔 따스한 해류가 몸을 감싸면 감싸는 대로 부드럽게 흔들리고 흘러갔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창 모양의 비늘 같은 전갱이 떼가 우르르 몰려들었다가 윤대협의 몸 주변만 동그랗게 비운 채로 지나가곤 했다. 물고기들은 대체로 윤대협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 예의 바른 무관심은 싫지 않았다.

방심했다. 윤대협은 고요한 바닷속에 둥둥 뜬 채로 생각했다. 서태웅이 오키나와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윤대협을 찾아올 줄 알았다. 당연히 농구공이 날아올 줄 알았다. 못 이기는 척 상대해 주면 되리라고 믿었다. 이번에는 신발만 남겨두고 자리를 비우지도 않았다. 기특하게도 땅에 발을 딛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서태웅은 오지 않았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윤대협은 기다릴 거라면 그럴 가치가 있는 세팅을 선호했다. 그러니까 정확한 장소에서 효과적인 전략을 가지고 기다리고 싶었다. 낚시를 할 때처럼. 페인트나 파울 유도 작전을 쓸 때처럼. 상대의 수를 모르는 채 일방적으로 내버려지는 건 정말이지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그제야 윤대협은 어렴풋이 생각했다. 혹시 자신이 농구화 한 켤레 남겨두고 바다로 들어갈 때마다... 서태웅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윤대협은 서태웅의 집 앞까지 찾아갔지만 초인종을 누르지는 않았다. 찾아갈 물건도 보고싶은 사람도 없는데. 행선지 정도는 물어볼 수 있겠지만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어디론가 갔겠지. 고래 찾으러.

삼 주가 지났을 때 윤대협이 서태웅의 집 앞까지 찾아간 횟수는 다섯 번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고래 찾으러 간 게 아니고 그냥 나를 피하는 건가?

윤대협은 갑자기 심장이 바다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대전제부터 잘못된 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서태웅은 라이벌 학교의 에이스다. 같이 농구하자고 허구한 날 찾아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었다. 너무 일상적으로 이어져서 익숙해졌을 뿐. 당연히 다음이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했을 뿐. 두고 간 농구화를 소중하게 챙겨주는 마음이 영원할 거라고...

눈앞이 심해처럼 캄캄해졌다. 가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바다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육지에서도 잠깐 빛이 사라지기도 하는구나... 윤대협은 그제야 자신이 최근 바다를 찾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꼬박 부 활동에 전념하는 에이스를 보며 주변에선 드디어 농구에 진심이 된 모양이라고 추켜 올렸다.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애초에 바다를 찾는 것 자체가 별 이유 없었다. 그저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윤대협은 발현 이후로 농구만큼이나 바다가 좋았다. 새로 손에 넣은 능력은 아낌없이 써 보자는 주의였다. 얼마나 오래 잠수할 수 있을까. 얼마나 멀리까지 헤엄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신기한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을까. 우와, 못 참겠다 싶을 때 수면으로 나와서 숨을 내쉬면 커다란 물보라가 뿜어져 나왔다. 그 속에 가만히 서 있으면 주변을 안개처럼 감싼 자그마한 물방울 사이로 햇빛이 쏘아져 들어와 무지개가 생겼다.

무지개 바깥에는 서태웅이 있었다. 항상 윤대협을 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윤대협이 가진 모든 능력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코트에서도. 바다에서도.

놀래켜 주고 싶었다. 그가 절대 할 수 없는 것. 어쩌면 조금은 뽐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너무 심했나? 서태웅은 사라져 버렸다. 역시 농구가 아닌 윤대협의 능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을까.

윤대협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센티넬 능력에 시큰둥해졌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자랑할 관객을 잃어서.

농구에 전념하고 있으면 서태웅에 대한 초조함도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다시 코트에서 만나면 그때야말로 놀래켜 주면 되니까. 너는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도 나를 넘지 못했다고. 멋진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때 동그랗게 커지는 서태웅의 눈동자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겨울 전국대회 예선에 서태웅은 없었다.

"뉴질랜드?"

"그래. 미국도 아니고. 멍청한 여우놈, 미국엔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릴 거다!"

길길이 날뛰는 강백호의 입에서 나온 지명. 역시. 서태웅은 바다로 갔다. 고래들의 고향으로. 윤대협을 찾으러 간 것이다. 윤대협을 코트에 놔두고...

겨울 전국대회 예선, 능남 대 북산 경기는 능남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윤대협은 그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대신 비행기표를 끊었다. 편도로.


너 고래 맞지?

서태웅은 윤대협에게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왠지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그냥 감이었다. 어차피 확신이 있기도 했다. 깊은 군청의 수면 위로 쏘아진 하얀 물보라 속의 무지개. 그런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동물은 이 세상에 고래밖에 없다.

도감에 따르면 고래에도 종류가 많다. 돌고래, 범고래, 밍크고래, 흰고래, 일각돌고래, 혹등고래, 향유고래, 대왕고래... 서태웅이 다 외우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생김새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고 사냥하는 방식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다. 아마도 신체 능력도.

그래서 서태웅은 고래를 찾으러 다니기로 결심했다.

극지방에 사는 남극밍크고래나 일각돌고래라면 굉장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 어쨌든 윤대협이 발현을 했다는 건 목격할 수 있는 곳에 서식하는 고래란 의미다. 서태웅은 가까운 곳부터 시작했다.

일단 수족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고래나 범고래는 아니었다. 보면 알 수 있었다. 이건 윤대협이 아니다. 서태웅이 되기로 마음먹은 센티넬이 아니다.

오키나와 혹등고래 투어에선 운이 나빴다. 처음 두 번은 목격에 실패해 재이용권을 얻어 세 번이나 배를 탔다. 뱃멀미로 고생 좀 했지만 덕분에 우아하게 수면을 들락거리며 물보라를 뿜는 어린 수컷 혹등고래를 볼 수 있었다. 자랑스러운 꼬리로 기세등등하게 수면을 내리치며 용처럼 솟구쳐 오르는 물기둥을 세운다. 아름다웠다. 하지만 윤대협이 아니다. 서태웅은 돌아가는 보트 꼬리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어디 있을까.

수족관 레벨의 수색이 끝나 본격적으로 비행기를 타기 시작하면서 농구부에는 보고가 끝났다. 겨울방학 내로 어떻게든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이번 겨울 전국대회에서 북산은 서태웅 없이 어떻게든 해야 한다.

농구부를 빼먹고 가이드 발현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니. 누구보다 서태웅 자신이 놀랐다.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비행기를 타게 된다면 농구의 본고장 미국으로 가게 될 경우만을 상정했는데.

하지만 이것도 농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다. 미국에 가기 전에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다. 더 강해지고 싶다면.

윤대협을 육지에 두어야 한다. 그도 계속 농구를 해야 한다. 어디서든 그가 선택한 곳에서.

바다 밑에서는 농구를 할 수 없다.

뉴질랜드로는 혼자 떠나기로 했다. 한 명 분량의 여비에도 제법 돈이 들었다. 공항에도 마중 나오실 필요 없다고 했다. 서태웅은 내심 결연한 마음가짐이었으나 부모님으로서는 이참에 따스한 곳에서 관광도 하고 놀기도 하고 현지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도 해보라는 식이었다. 대학생 자식을 배낭여행 보내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미성년자이지만...

떠나는 날. 서태웅은 방문을 닫기 직전, 주인 없는 운동화가 들어 있는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태웅에게 있어 이제는 지식의 보고나 다름없는 동물도감에 따르면 아무리 고래라도 며칠씩 잠수를 할 순 없다. 윤대협은 이미 육지에 있다. 그냥 신발을 가지러 오기 귀찮은 거다.

제 손으로 가져다주면서 작별할 수도 있었다. 목 씻고 기다리라든가, 그런 경고를 날릴 수도 있었다. 심지어 같이 가자고 하거나 힌트를 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태웅은 그러지 않기를 택했다. 그냥 감이었다. 혼자 주인을 기다릴 신발에겐 좀 미안하지만.

서태웅은 알고 있다. 윤대협에게 무언가를 질문하면, 한 번에 알려주진 않더라도, 빙빙 돌리다가 본론을 꺼낼지라도, 아마 알고 있는 한 솔직하고 성실하게 답해 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스로 알아내기로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힘으로.

바다에도 너 같은 녀석이 있는지.

새카만 스니커즈를 홀로 놔둔 채 방문이 닫혔다.


뉴질랜드 남쪽 섬의 바다는 깨진 벽옥처럼 눈부시게 탁한 하늘색이었다.

서태웅은 사우스 아일랜드의 웨일 워칭 투어는 전부 다 따라다녔다.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일본 본섬과 비슷한 사이즈의 남쪽 섬의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이동했다. 항상 잘 포장된 도로만 가는 것도 아니었다. 지프차로 오프로드를 건널 때는 비가 와서 계곡이 넘치지만 않게 해 달라고 빌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차멀미는 뱃멀미에 비하면 견딜 만했다. 파도가 너무 높은 날에는 배가 뜨지 못해서 공치기도 했다.

향유고래 서식지로 가장 유명한 카이코우라 해변. 평일이라 배를 같이 탄 관광객도 별로 없었다. 요 며칠 날씨도 별로였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해변에 머물며 고래를 기다리는 서태웅을 선장들은 예쁘게 보았는지 인원이 다 차지도 않았는데 배를 띄워 주었다.

해안선이 멀어진다. 바다는 파도 하나 없이 잔잔했다. 짙푸른 수면이 모터보트에 갈리면서 느긋하게 일렁인다. 흔한 바위섬 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로 나아갈수록, 서태웅의 가슴 밑바닥이 가만가만 고동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물 밖에선 들을 수 없는 고래의 노래라고, 있을 수 없는 짐작을 했다.

저기! 선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모터보트가 시끄러운 소리를 멈추고 정박했다. 그늘 하나 없는 망망대해 한가운데. 서태웅은 손날을 눈썹에 대고 시야를 확보하려 애썼다.

거대한 꼬리가 보인다. 유연하게 휘어진다. 엄청난 양의 물이 새카만 꼬리 위로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물줄기가 만든 벽을 허공으로 튕겨 올리고, 끝이 갈라진 꼬리가 다시 수면을 내리친다.

팡!

물로 만든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고막이 아닌 심장을 직접 울린다. 우렁찬 밴드의 콘서트에서 바로 옆에 있던 앰프가 터진 것처럼 전신이 거대한 진동에 관통당한다.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를 스무 배로 키운 듯한 물거품이 흩어진다. 눈처럼 파도 조각이 허공에서 나린다. 안개 같은 작은 물방울이 끝도 없이 솟아올랐다. 그 사이를 가르는 햇빛이 만들어 낸 무지개.

고래가 지나간 자리에 떠오른 무지개 뒤에 아는 얼굴이 있었다.

윤대협이다.

서태웅은 난간을 밟았다. 선장이 깜짝 놀라기도 전에 이미 머리부터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하는 요란한 소리도 고래의 꼬릿짓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남반구의 바다는 따스했다. 서태웅은 두 다리를 딱 붙이고 돌고래처럼 유연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한 번도 수영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나도 숨이 차지 않았다. 오 분 정도는 별로 오랫동안 숨을 참는다는 느낌조차 아니었다.

반대편에서 무언가 빠르게 다가온다. 서태웅은 정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확하게 맞잡아오는 커다란 두 손.

나의 센티넬.

나의 고래.

서태웅이 수면에서 크게 숨을 내쉰다. 그 날숨은 왠지 승리의 웃음 같았다.

맞은편의 윤대협도 크게 숨을 내쉰다. 이쪽은 왠지 한숨 같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래도 안도가 엿보이는.

짙푸른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진 공중에 두 고래가 내뿜은 물보라가 동시에 피어올랐다. 무지개는 두 개가 되었다. 수면 아래서 맞잡은 채 깍지 낀 손가락은 같은 온도로 차가워졌다. 한 번 잡은 공을 놓치는 법이 없는 에이스들인 만큼 단단했다. 낮잠을 자러 심해로 들어가던 향유고래가 휘파람을 불었다.

고래의 뒷모습을 흘끗 일별한 윤대협이 서태웅을 다시 마주 보았다. 신호하듯 크게 숨을 들이쉬는 윤대협을 따라 서태웅도 폐의 깊은 곳까지 산소를 들이마셨다.

두 사람은 머리를 처박고 깊은 심해로 힘차게 발을 저었다.

자신의 세계로 서태웅을 안내할 수 있게 된 윤대협은 조금 신이 났다. 단단히 깍지 낀 손을 절대로 놓지 않았다. 드디어 윤대협의 세계를 볼 수 있게 된 서태웅은 조금 설렜다. 단단히 깍지 낀 손에 힘을 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돌아가면 농구 실컷 해야지.

드디어 서태웅은 윤대협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 이 세상 그 어디에 있다고 해도. 해저 3000미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