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at a Time
불면의이쑤신
만쥬 님 <At a Glance>축전잠이 많다고 늦잠이 잦으라는 법은 없다. 서태웅은 의외로 아침형 인간이었다. 딱히 애쓴 결과는 아니었다. 낮에 실컷 운동하고 일찍 잠들면 자연히 해 뜰 때쯤 눈을 뜨게 되는 것이 건강한 인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인기척 드문 새벽은 홀로 몰두하기 알맞았다. 서태웅은 가볍게 조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찾았다. 이때만큼은 농구코트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너무 늦지 않게 집에 돌아와 씻고 나면 출근을 준비하는 가족들과 아침 식사가 기다렸다. 양껏 배를 채우고 등굣길에 나서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졸음이 시작됐다. 그게 보통의 아침이었다.
윤대협을 만나기 전까진.
본래 자야 하는 시간을 훌쩍 넘길 때까지 특정한 운동… 비슷한 걸 실컷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아침이 늦어졌다. 애초에 서태웅은 기상 시간이나 모닝 루틴을 애써 지키려 한 적이 없으니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눈 뜨는 시간이 아침이었다.
잠이 많다고 늦잠이 잦으라는 법은 없으나 늦잠이 잦은 놈들은 대체로 잠이 많았다. 그래서 한 침대를 쓰는 날에 서태웅은 일반적으로 윤대협보다 먼저 잠들고 먼저 눈을 떴다.
서태웅은 자신이 어떤 자세로 잠들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대체로 눈을 떴을 때는 비슷한 상황이었다. 윤대협의 소흉근 언저리에 제 뺨이 붙어 있었고. 입 벌리고 잔 날에는 침이 흘러 있었다. 머쓱한 기분으로 슥 문질러서 닦아 주곤 했다. 먼저 일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열대야가 끝나고 귀뚜라미 우는 계절까지도 윤대협이 가장 애용하는 잠옷 상의는 ‘실오라기 하나 없음’이었다. 새근새근 렘수면 중인 윤대협의 따끈해진 근육에 착 달라붙으면 방금 빤 이불 위에 누울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살짝 땀방울이 올라오면 한층 밀착되는 느낌이라 더욱. 코를 파묻고 숨을 들이켜면 바로 옆에 있어도 어쩐지 그리운 것 같은 체향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자신의 침대에서 혼자 눈뜰 때보다 명백하게 조도가 밝다. 그래서일까. 금방 나른해졌다. 빛은 눈 부시고 볼에 달라붙는 살은 따끈하고 체향은 익숙했다. 서태웅은 윤대협의 침대에서 눈을 뜬 아침이면 꼭 다시 잠들 때가 많았다.
윤대협의 소흉근 위에 올려 둔 제 손등을 베고 누운 서태웅의 볼따구가 눌리면서 작은 입술이 벌어지고. 그 사이로 따스한 잠숨뿐 만 아니라 갈무리 못 한 침도 좀 새어 나오기 시작할 때쯤 되면. 윤대협도 부스스 눈을 떴다.
눈을 뜨면 언제나 팔이 저렸다. 똑바로 누워서 자나 등을 돌리고 자나 손만 붙잡고 자나 늘 눈을 뜨면 윤대협의 팔은 서태웅의 베개가 되어 있었다. 불만은 없었다. 다만 팔이 좀 저렸다. 턱 아래를 간질이는 서태웅의 앞머리를 좋을 대로 쓰다듬었다.
자는 얼굴을 구경하려면 몸을 안고 살짝 굴려야 했다. 서태웅이 천정을 보고 바로 눕고 윤대협이 옆으로 팔을 괴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몸의 절반 정도에 서태웅의 찰진 근육이 딱 달라붙어 있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서로의 요철이 퍼즐처럼 밀착한 상태를 굳이 뒤트는 움직임은 내키지 않을 정도로.
그래도 티셔츠 잘 입고 잠들었군. 윤대협의 벗은 상체와 밀착한 서태웅의 조금 나온 맨살 부위마다 송골송골 땀이 올라와 있었다. 윤대협은 커다란 손을 들어 서태웅의 뺨이며 목덜미, 팔뚝을 향해 정성스럽게 부채질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땀이 말라 시원한지 서태웅이 눈썹 머리에 힘을 풀며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귀여운 반응이 마음에 들어 윤대협은 조금 웃었다.
점차 잠이 깨면서 이불 속에 잘 숨겨져 보이지 않는 하체의 감각도 돌아온다. 서태웅의 기다란 다리 한쪽이 윤대협의 허벅지를 휘감듯이 가로지르고 있다. 부채질하던 손을 내려 서태웅의 무릎부터 슬슬 쓸어 올리던 윤대협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한쪽 눈썹이 이마 가운데로 꾸욱 밀려들어 간다.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 이 자식. 또 아래는 아무것도 안 입었잖아…
갑자기 얽혀 있는 서로의 하반신에 온 신경이 집중되기 시작한 윤대협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서태웅의 잠을 깨우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