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조각
불면의이쑤신
또웅 님 <나의 카에데> 축전아키라는 카에데의 눈동자에서 우주를 본다.
비현실적인 일이다. 타인의 눈을 정면으로 들여다볼 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홍채의 색과 모양, 동공의 크기, 홍채와 공막의 경계, 아주 자세히 빛을 비춰 보면 망막 모세혈관의 모양과 각막의 상처 정도. 그게 전부다. 물론 카에데의 눈동자는 수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전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패턴이긴 하지만...
유일 속에 무한이 담겨있다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무한한 우주가 영원히 눈꺼풀을 닫은 후에는?
지구에서 온 것들은 자꾸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별의 조각
아키라는 카에데의 눈동자에서 서태웅의 눈동자를 떠올린다. 비슷할지라도 전혀 다른 패턴. 겹치는 건 아키라의 마음뿐이다. 그 마음조차도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지구의 신화 속에서 영원을 상징하는 것들은 대체로 소멸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우주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정도 진실을 담은 이야기다. 별이 폭발하고 나서 남은 가스와 먼지가 떠돌다가 일정한 밀도와 중력과 온도로 핵융합을 일으키면 다시 별이 되니까. 즉 지구인들이 상상한 ‘불사조’는 별의 죽음과 탄생을 새에 비유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 우주는 영원하다. 사라진 것들이 떠돌다 어떤 것을 계기로 뭉쳐서 뜨겁게 폭발한다. 새로운 유일이 탄생한다.
그러니까 사랑도 일종의 별이라고 할 수 있다.
아키라는 논리정연하게 결론지었다.
서태웅은 지구의 일부다. 지구인들이 다 그렇듯이. 별의 조각으로 태어나 별의 조각으로 돌아갔다. 사랑을 가르쳐 주고서. 초신성은 폭발하며 가스와 먼지를 남기고, 서태웅은 응답받지 못하는 사랑을 두고 다시 지구의 일부가 되었다. 윤대협이 기다리는 별의 품으로.
카에데도 지구의 일부다. 지구에서 자라면서 별의 조각을 품어왔다. 사랑이라는 별이 아키라에게 남긴 상처를 바로 알아보았다. 카에데는 다가오고도 내버려두고, 바라보면서 치유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건 별과 별 사이에서 태어난 새로운 중력장 같은 힘이었다.
아키라는 속절없이 끌려 들어갔다. 아키라는 지구라는 별에 약했다.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영향을 남겼다는 점에서 서태웅은 아키라의 일부다. 영원히 떠나보낼 수 없는 유일한 존재라는 점에서 카에데는 아키라의 일부다.
그래서 아키라도 지구의 일부다.
아키라는 논리정연하게 결론지었다.
카에데의 무한한 우주가 영원히 눈꺼풀을 닫은 후에도, 그가 남긴 사랑이 아키라의 우주를 떠돌며, 궤도 속 별의 조각으로 남는다.
아키라는 그 결론이 마음에 들었다.
별처럼 무한하고, 별처럼 영원하고, 별처럼 유일한 사랑.
나의 카에데.
무슨 이유로 태어나
어디서부터 왔는지
오랜 시간을 돌아 와
널 만나게 됐어
의도치 않은 사고와
우연했던 먼지 덩어린
별의 조각이 되어서
여기 온 거겠지
던질수록 커지는 질문에 대답해야 해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사랑해버린 모든 건
이 별에 살아 숨을 쉬어
난 떠날 수 없어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나를 실수했다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까만 하늘 반짝이는
거기선 내가 보일까
어느 시간에 살아도
또 만나러 갈게
그리워지면 두 눈을 감고 바라봐야 해
언젠가 만날 그 날을 조금만 기다려줄래?
영원할 수 없는 여길 더 사랑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