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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산책 고양이는 감기 조심하세요

불면의이쑤신

사워 님 <일상이 돌직구에 용맹과감한 고양이를 좋아합니까?> 축전

윤대협은 현관문 앞에서 좌절했다.

[혹시 고양이가 빡친 표정으로 앉아있다면 벨 한 번만 눌러주세요... 들어오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서...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달 전에 매직으로 큼직하게 써서 붙여 놓은 종이 아래에 까맣고 커다란 고양이...가 아니고 남자애가 한 명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윤대협은 그를 와락 끌어안으며 거의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태웅아~!!!!!”

서태웅이 고개를 든다. 윤대협을 보자마자 귀와 꼬리가 뿅 튀어나왔다.

“윤대협...”

반가움을 미처 감추지 못한 다 쉬어버린 목소리. 하지만 표정만은 험악했다.

“어디 갔다 이제 와.”

“나 원정 경기 간다고 했잖아.”

“삼일이나 안 오다니.”

“사흘짜리니까... 아니 근데 삼일인 걸 어떻게 알아? 집에 안 갔어???”

“왔다 갔다 했어...”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힘이 없다. 얼른 이마를 짚어 보니 열이 펄펄 끓는다.

큰일 났다. 겨드랑이 아래 손을 넣어 190cm에 가까운 장정을 번쩍 들어 올린 윤대협이 허둥지둥 침실로 들어갔다. 서태웅은 축 늘어져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그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윤대협의 목을 끌어안고 뺨을 부벼댔다. 어떻게든 자기 냄새를 묻히려는 발버둥에 가슴이 찡했다.

얇은 옷을 입고 차가운 복도에 얼마나 앉아있었던 건지. 겉옷을 벗기자 티셔츠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윤대협은 기겁하며 이불과 담요를 겹겹이 덮어 주고 물수건을 짜 왔다. 고양이 세수하듯 조심조심 서태웅의 하얀 몸을 닦는다. 뜨끈한 살결이 조금씩 식어간다. 서태웅의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추워...”

“아이고. 몸살이 제대로 걸렸네.”

“윤대협... 추워. 안아줘...”

수건을 쥔 윤대협의 손목을 끌어안고 열 오른 이마를 부비면서 골골거린다. 하아. 윤대협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서태웅이 일곱 살 때부터 안아달라는 말을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다. 불가항력이었다.

윤대협은 침대로 올라가 서태웅의 벗은 몸을 빈틈없이 감쌌다. 서태웅이 안도가 가득 묻은 한숨을 내쉬며 파고들어 온다. 윤대협은 서태웅의 귀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동그란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어릴 때는... 자주 씻어주곤 했었지. 커다란 목욕탕에 둘이 들어가서. 작은 입에 칫솔을 넣어 양치도 꼼꼼하게 해 주고. 지금 와서 연인이란 이름으로 그 입 안에 하고 있는 짓을 생각하니 또 기분이 스멀스멀 이상해진다.

한 시간 전보다 체온이 다소 안정된 서태웅은 거의 비몽사몽이다. 그 와중에 두 손을 윤대협의 가슴팍에 올리고 조물조물 쥐어짠다. 꾹꾹이다. 거의 10년 만에 본다. 어릴 땐 아주 귀여웠는데, 농구선수의 커다란 손으로는 솔직히 조금 아프다. 그래도 윤대협은 그 손을 떼어내지 않았다.

하지만 입으로도 윤대협의 티셔츠를 쭙쭙 빨아들이는 것은 좀... 따끈하고 말랑한 입술 안쪽이 가슴팍의 얇은 천을 오물대어 동그랗게 젖은 자국이 점점 퍼져 나간다. 이제 식은땀은 윤대협이 흘리고 있었다. 더 이상 아기가 아닌 고양이가 침대 속에서 선보이는 아기 같은 행동은 다소, 아니 많이 위험했다.

너 감기 다 나으면 보자. 어른의 쭙쭙이와 꾹꾹이를 보여주리라(?) 다짐하며 윤대협은 이불을 꼼꼼하게 올렸다. 땀에 젖은 앞머리가 달라붙은 이마를 쓸어 넘긴다. 아직 촉촉한 그곳에 쪽, 입술을 붙였다. 감기가 다 옮아오길 바라면서.

다시는 고양이를 두고 멀리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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