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ater
불면의이쑤신
언리밋 님 <너와 나의 바다> 축전10월. 육지의 여름이 끝났다. 바다는 아직이다. 수온은 기온보다 느리게 변한다. 남해는 9월부터 11월까지 자연산 참전복의 연내 두 번째 제철이다. 해녀들의 망사리가 호화로운 계절이다.
항구에도 그만큼 활기가 돈다. 당당하고 우렁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목을 놓치면 공부 잘해서 서울대학 가야 하는 우리 손주 등록금은 언제 만들어 주겠냐며 아주 뼛골 빠지겠다고 엄살을 부리는 중년식 자랑에 마 손주 자랑할끼면 망사리에서 전복 한 개씩 빼다 돌려가며 하라고 야유가 쏟아진다.
역시 여사님들. 만만치 않으시네. 팔뚝이 드릉드릉한 베테랑들 사이에서 제 몫을 해내야 하는 아기 청년 해남 윤대협은 처지에 맞지 않는 여유로운 미소만 걸고 있었다. 올가을에는 풋내기 윤대협도 비장의 무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색시의 물질 데뷔였다.
함께 배를 타고 연안으로 나갈 때부터 해녀 선배들은 대협 총각네 색시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물질은 해봤소?”
색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반짝거렸다. 서울서 내려와 코 꿴 줄 알았더니 바다 물질을 해봤다 카네. 해녀들은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수군거렸다. 윤대협은 웃기만 했다.
바다 아래에서는 한눈팔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그날 물질한 해녀들은 모두 한 번쯤 서태웅을 넋 놓고 구경했다. 그다지 자맥질에 바쁜 것 같지도 않은데, 오리발을 두 번 차면 벌써 저만치 작아져 있었다. 물고기, 아니 숫제 바다거북의 속도다. 무엇보다 거꾸로 선 채로 한 자리에 멈춰있는 기술이 기가 막혔다. 바다 아래를 뒤져야 하는 물질에는 최적화된 수영 솜씨였다.
윤대협은 서태웅이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단속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수확물이 별로 없어 막판 스퍼트를 내야 했다. 그래도 파트너가 그 이상 활약한 것 같아 마음은 편했다.
남들보다 잠수 시간이 긴 서태웅은 해녀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인 그들이 결정적인 순간 어떻게 서로를 돕는지, 눈을 빛내며 지켜보다가, 윤대협이 망태기에 해산물을 잔뜩 넣고 테왁을 향해 발길질을 시작한 타이밍에 수면으로부터 그를 향해 거꾸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서태웅이 손을 뻗었다. 윤대협은 약간 놀랐다. 이내 미소 지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하얀 손을 맞잡았다.
바다 한가운데서 두 사람은 힘껏 서로를 잡아당겼다.
당기는 힘에 반동이 더해져 가속이 붙었다. 관성을 타고 각자 편하게 목적지로 간다. 윤대협은 수면 위로, 서태웅은 해저로.
서태웅은 전신에 힘을 빼고 누운 자세로 어렴풋한 태양을 향해 멀어지는 윤대협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곧 숨비소리가 울릴 것이다. 폐에 공기를 가득 채운 내 사랑이 예정대로 다시 바다 아래로 온다. 나를 데리러. 그때는 조금 느리더라도 같은 속도로 함께 수면을 향해 갈 것이다. 바다가 아닌 새로운 집으로.
같이 살아갈 곳으로.